잠깐 맑고 자주 흐린 날의 연속이다. 올해 봄은 유독 봄이 왔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자꾸 추워진다. 으레 매년 4월이 되면 기대한다. 따스한 햇살 속 지천에 꽃이, 특히 벚꽃이 만개하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해님 꽃님이 드리울 거라고. 지구가 병들어서 그렇다는 설명만으론 마음이 충분치 않아.
생은 그렇게 잠깐 맑고 자주 흐리게 흘러간다. 또, 흘러갔다. 내 얼굴에도 해님 꽃님이 드리울 때가 있었나 떠올려본다. 아마 작년 8월 보름쯤, 일본 홋카이도의 후라노 농장을 다녀오던 길이 그랬었지. 사진을 찾아보려 앱을 열어 스크롤을 죽 내려본다. 찾았다. 맑던 시간들은 밀도가 높아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이 명확히 남는다. 사진의 개수가 특히 그러하다. 내 얼굴을, 표정을 보기 위해 사진을 찾아본 건 처음이다. 39년이 지나 찾아본 찰나이지만 맑아 보이는 얼굴은 정말 그렇다. 시각적 정보뿐은 아니다. 그때의 홀가분한 느낌, 적당히 뜨거운 조금은 살을 태울까 걱정이 이는 정도의 햇살, 피하지 않고 해를 정면으로 마주한 나. 사진으로 본 그 얼굴 속에는 먹구름 한 조각 찾아볼 수 없다. 좋아 보인다. 그때의 너는 좋아 보인다.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행복해 보인다.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래. 이젠 나도 나를 조금은 불쌍히 여겨도 괜찮지 않을까.
햇살이 따뜻하다. 이제야 조금은 더워 입고 나온 니트 카디건은 곱게 접어 가방에 넣어둔다. 나무데크 한편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벚꽃나무가 담장 너머 그늘을 만들어줘 아직은 최고 높이 이르지 못한 오늘의 해가 적당히 가려 그늘이 시원하다. 의도치 않았지만 의자의 생김새가 반쯤 눕도록 되어있어 하늘을 마주한다. 안녕. 오랜만이야. 이렇게 마주한건 제주 성산일출봉 자락 바다를 향해있는 작은 풀언덕 중간쯤이었지? 돗자리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드러누워 배낭을 베고 한참을 그렇게, 아마 한 시간쯤 너와 마주했을 거야. 7년쯤 됐을까? 그때 내 얼굴이 아마 오늘 사진에서 찾아본 그 얼굴과 같았을 거야. 찍어주는 이 없어 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넌 기억하겠지. 지금 난 어때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