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00

by Hache

그러니까, 내내 하고 싶었던 말은 솔직히 이런 게 아니었을까? 그만할래. 귀찮고, 또 하기도 싫어! 혹은 나랑 안 맞아 쯤. 사실은 알고 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다 핑계고 넌 그냥 두려운 거야. 두려워서 도망치는 거야. 여즉 너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나이 든 애새끼에 불과해. 애새끼까지는… 좀 과했나?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제주 서쪽해안 어느 마을 부둣가를 홀로 걷는다. 저 멀리 바다 중심으로 뻗은 선창가에 매달린 주홍빛 전구만 명멸하는 칠흑 속. 사람 발걸음 소리, 개 짖는 소리 하나 없이 얇은 파도만 출렁인다. 이런 환경이 되어서야 간신히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 이제 와 떠올려보니 스물두 해쯤이었나? 그런 젊고 혈기 왕성한 나이 때도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은 밤바다, 아무도 없는 밤바다를 홀로 걷는 것이었다. 목포 연안 어느 섬인가에 대학 동기들과 여행을 갔을 때 그랬다. 8월 한여름 오후 두 시, 도시의 들끓는 아스팔트 같은 왁자지껄함, 무슨 소린지도 모르면서 아무 소리나 목청껏 지껄여대던 나, 너, 우리. 밤이 되어서야 평온해졌다. 오징어잡이 배라고 했던가? 시꺼먼 바다에는 일곱인가, 여덟 척 떠있는, 각각 열개 남짓의 주홍빛 별을 달고 있는 배와 별과 그리고 나만 있었다. 나를 빼고 빛나고 있었다. 삼킬 듯 무겁고 끈적한 기름 같은 어둠, 바다, 그리고 또 별무리. 무섭고 또 평온했던 그 순간. 아마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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