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6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친할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제목에도 밝혔듯이 26년 만입니다.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가 헤어진 뒤에 친가와는 아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할머니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현재 94세라고 합니다. 요양원에서 연명치료하고 계시다가 최근 고모 집으로 모시고 왔다고 해요. 즉, 이제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였습니다.
고모는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서로 얼굴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냐고 엄마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어제 아침, 엄마와 통화하며 수화기 너머로 '나의 할머니'라는 말을 듣자마자 성함이 딱 떠올랐습니다. 애석하게도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어요. 대신 분위기나 느낌은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 포근했고 따뜻했고 편안했어요.
최근 출간한 제 책 <내가 엄마라면 웃을 수 있었을까>에도 할머니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나는 아빠 집안에서 아빠 빼고 다 좋았다.
그중에서도 할머니는 단연 최고였다.
네. 할머니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좋은 분이셨어요. 그래서 사는 내내 엄마와 동생과 종종 할머니 얘기를 했습니다. 친가 식구 중에서 가장 그리워했던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할머니와 왕래하고 지냈다면 우리 자매를 누구보다 예뻐해 주셨을 거예요. 알아요. 할머니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요.
사실, 할머니가 우리를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못 알아볼 수도 있겠다 생각해요.
아마 오늘 할머니를 뵈면 마지막 모습일 것입니다.
할머니가 우리를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이제 우리에 대한 할머니의 마지막 기억일 텐데요. 다시는 못 볼 강아지들이 아니라 이제는 다 커서 잘 살고 있는 강아지로 남고 싶습니다.
마음이 편치가 않네요. 담담하게 잘 뵙고 올 수 있겠지요? 울고 싶지 않은데 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오늘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