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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희 Jun 11. 2019

파랑새를 찾았다

파랑새를 찾아 떠난 스웨덴에, 파랑새는 없었다.

열심히 공부해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온 친구들은 졸업 후에 더 힘들다고 했다. 취업도 안되고, 돈도 없고, 결혼을 하면 책임감이 늘어날 뿐 내 삶이 없어질 것 같다고 했다. 연애, 취업, 결혼, 자녀계획, 내 집 장만 등 많은 것을 포기하고 생존에 허덕이는 우리는 N포 세대였다. 분명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행복한 삶을 살 줄 알았는데,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각자의 삶을 포기하려 했다. 우리 모두는 내 현재의 삶을 지키기 위해, 내가 꿈꿀 수 있는 삶을 포기하기도 했다. '왜 한 번뿐인 삶을 포기하며, 행복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 한국이 싫었다. 이 곳에 살면 내 삶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살기 좋다는 복지국가 스웨덴으로 떠났다. 복지, 높은 행복지수, 양성평등, 육아휴직 등 내가 한국에서 포기해야 하는 삶의 많은 것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사회가 보장해주는 안전망 안에서 조금은 덜 불안하게 현재를 살고,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스웨덴에서의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작년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웨덴에서 배운 행복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서 내 삶을 되돌아본다.

나의 사랑, 스톡홀름


'도희야, 한결 여유로워졌어'.

시간적 마음적 여유도 없이 늘 바쁘게만 살던 내게 가까운 지인들은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했다. 사실, 이 여유로움은 나 역시도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20대의 나는 현재의 행복과 삶을 유예해야 불안한 미래를 덜 불안하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매일 순간순간을 인내하며 미래를 위해 살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지 않는다. 오늘의 소소한 순간이 모여 24시가 되고, 이 찬란한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이 되고, 그것이 곧 행복임을 스웨덴에서의 2년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에 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각자가 삶에서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를 순간순간 실천하며 살기 때문에 행복했다. 개인의 다양성을 서로 존중하고, 그 자유를 모두가 실현해나가는 사회. 행복을 찾아 떠난 스웨덴에서의 2년은, 어디에서 살든 내가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를 지켜내며 살아가는 힘을 기른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그 희망을 옮겨 심었다.



스웨덴에서 한국에 돌아온 이후 나는 부쩍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멀리 살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와 동생에게 전화 한 통도 없던 나는, 가족들과 한 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1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나 엄마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으니까. 여전히 독립과 가족과의 유대 사이 균형추를 어디다 둬야 할지 헤매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내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가장 큰 삶의 변화는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생활 중에도, 나는 내 삶의 페이스를 이제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휩쓸려 가던 내가 설 뗀 서고, 액셀을 밟을 땐 액셀을 밟을 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남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에 상관없이 오롯이 내 마음이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겼다. 사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힘을 기른 지난 2년은,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지난 1년 간 잘 버텨주었다. 다행히 조금은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한국에서 결혼하면 내 커리어는 포기해야 하잖아', '한국에선 저녁이 없는 삶만 살게 될 거야', '바쁜 삶이 싫어'... 불평불만만 하며 헬조선 탈출을 꿈꾸던 내게, 지금 더 이상 대한민국은 불행한 곳이 아니다. 많은 것을 포기하려 했던 나는, 한국에서 더 치열하게 그리고 더 꽉 단단히 내가 포기하고자 했던 것들을 잡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취업만이 아닌 내 일을 찾고, 매 순간 사람과 삶을 사랑하고자 노력하며, 내가 꿈꾸는 가족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목소리도 내게되었다. 대한민국 N포 세대인 나는 스웨덴에서 내가 꿈꾸는 삶의 희망을 보았다.


내가 찾던 행복과 희망은 사소한 것에 깃들어 있었다. 스웨덴이 가르쳐 준 자유, 평등, 지속가능성,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내가 변하자, 이곳에서의 삶이 더욱 행복해졌다. 나 자신을 잘 돌보고, 나의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위해 에너지를 쏟으려고 노력하는 사소한 모든 것이 희망이었다. 거창한 사회 변화를 꿈꿨던 내가 나부터 돌보기 시작하자, 나를 둘러싼 세계가 바뀌기 했다.


희망을 엿 본 스웨덴에서의 지난 2년에 감사하다.

불안감에 텅 비었던 내 삶은 조금씩 행복으로 가득 차고 있다. 스웨덴으로 파랑새를 찾아 떠난 나는, 비로소 내 마음속에서 파랑새를 찾았다.




N포세대가 스웨덴에서 찾은 희망 매거진을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연재가 조금 늦어 죄송합니다. 독자분들께서 기다려주신 만큼 더 좋은 글로 보답했어야 했는데, 늘 부족한 글이라 죄송한 마음이 크네요. 10주동안 '위클리매거진'을 쓰는 덕분에 감사히도 더 다양한 독자분들을 만났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도 계셨고, 동의하시지 않는 분도 계셨지만 모든 목소리에 감사했습니다. 특히, 독자분들께서 글에 위로를 받았다며 주신 댓글과 이메일은 저의 하루를 너무나도 충만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브런치에서 스웨덴 및 다문화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고자 합니다. 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우리 사회의 더 다양한 목소리를 보태길 기대해봅니다. 문의사항이나, 제안사항은 댓글이나 브런치 제안기능을 이용해 언제든지 주세요. 매거진을 시간내셔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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