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지만, 불편한 마음
어제는 오랜만에 아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지만, 통화를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익숙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 친구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았다.
내가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사소한 일상, 그 사람의 고민, 그 사람의 뒷이야기까지…
처음에는 그냥 들어주었다.
친구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수도 있고, 혹은 내게 털어놓고 싶은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씩 불편해졌다.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인 것처럼 세세하게 이어지는 대화가 점점 피로하게 느껴졌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그런 식이다.
남의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는 마지막에 “맞지?”라며 내 생각을 묻는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하지만, 속으로는 ‘왜 자꾸 남 이야기를 나한테까지 가져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 친구가 좋다.
오래 알고 지낸 만큼 편한 친구이고, 가끔은 내가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는 친구다.
그런데 유독 남 이야기를 할 때면, 내 마음은 조금 닫히는 걸 느낀다.
나는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이야기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언제나 누군가의 이야기로만 채워지는 대화는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언젠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야겠다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남의 이야기는 조금만 하고, 너 이야기를 해줘.”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진짜 친구라면 솔직한 대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의 대화는 결국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내가 원하는 건 누군가의 뒷이야기가 아니라, 네 마음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 친구도 언젠가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거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