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부서 팀장 관찰기
팀장의 자격
"팀장이 제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퇴근 준비를 하며 옆 부서 후배와 잠시 얘기를 나눴다. 후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하소연했다.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후배는 실력과 덕망을 두루 갖추었다. 내가 회사에서 좋아하고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직원이다. 성실하고 진지하게 근무하며 훌륭한 업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인품도 훌륭하여 많은 선후배가 그를 좋아한다. 인사에 보수적인 이곳 회사에서 그는 이른 시기에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했다.
그런 그가 격양되어 하소연했다.
후배로부터 전해 들은 말은 대략 이러했다. 후배의 승진을 못마땅하게 여긴 팀장은 부서 회식에 동승한 임원에게 자신의 승진을 간청했다고 한다. 임원은 당연히 그런 부정한 부탁을 들어줄 리 없었다. 결국, 팀장은 후배를 감정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의 얘기를 듣고 얼마간 옆 부서의 팀장을 관찰해보았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내가 본 것은 한 사람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부서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의 모습이었다.
이하 옆 부서 팀장을 '그'라고 칭하겠다.
그는 마치 학교생활과 같은 일과시간을 보냈다. 40~50분 근무 후 10~20분 반복적인 휴식을 취했다. 단순히 자리에서 가벼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닌, 어울리는 무리와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고 들어온다. 그의 부서에서 그를 잘 따르는 후배 직원과 하루에 4~5번 이상 자리를 비우는 것이 상급자들의 눈에 띄어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산술적으로 그가 하루의 일과시간 중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합산하면 1시간을 부쩍 초과한다.
그는 서열에 의한 업무분장을 했다. 그의 부서의 일부 업무는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인들의 항의를 처리하는 업무다. 업무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가 높고 사람을 상대하는 노련미가 필요하다. 입사 연차가 낮은 직원이 이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연차가 높은 직원도 이 업무를 처리하기 힘겨워한다. 그는 이 업무에 부서에서 가장 막내 직원을 배정한다. '힘든 업무는 막내들이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는 부서원들이 곤란할 때 외면하고 방관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악성 민원인이 방문하여 담당 직원이 힘겹게 응대하는 상황에서, 그는 결코 자리에서 해당 직원을 도와주려고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 자리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방관할 뿐 난감해하는 직원들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를 관찰하면서 어떤 선배가 되고,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어떤 모습의 선배가 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그를 보며 깨닫는다. 그의 나태하고 책임감 없는 모습은 내게 하소연한 후배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다. 그의 부적절한 행실에 대부분의 직원은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과거에 팀장으로 임명되었다가 불명예스러운 일로 해직된 경험이 있다. 자신을 앞서가는 후배들을 보며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그는 비슷한 일을 다시 한번 겪을 것이다. 그의 나태하고 방만한 태도가 더는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길 바라며, 그가 평범하고 상식적인 소양을 갖춘 성숙한 팀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