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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Mar 18. 2020

좋은 글을 찾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머릿속에는 온통 글 생각뿐이다. 며칠 동안 글쓰기 책을 탐닉하고 관련 강좌를 찾아보며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공부했다. 책과 강좌에서 공통으로 언급된 사항들은 아래와 같다.


 1. 주제가 명확할 것

 2. 군더더기 없이 간결할 것

 3. 되도록 단문으로 쓸 것


 이 기준에 따라 쓰인 글은 쉽게 읽힌다. 이해가 편하다. 결과적으로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곧 좋은 글을 읽고 싶은 갈증으로 이어졌다. 이내 나는 좋은 글을 찾는 첫 여정을 시작했다. 여정은 출발점은 나의 회사였다.






 회사에서 몇 개의 기안서와 보고서를 수집했다. 모은 글을 세세하게 읽고 분석했다.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전술한 기준에 부합하는 글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작성자들은 어떻게든 많은 내용을 글에 눌러 담으려 했다. 글을 읽고 있으면 20명의 성인이 2인승 차량에 탑승한 기네스 기록이 떠올랐다. 첨부 문서에 포함되어야 할 세부적인 내용은 본문에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곳곳에는 색색의 볼드체가 난무했다. 무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주제를 이해하기 어렵게 작성된 글도 더러 있었다. 의사결정권자가 내용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닐지, 과연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얼마나 좋은 글을 썼을까...






 과거의 내가 작성한 글을 지금의 내가 읽어보기로 했다. 얼마 후, 부끄러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따금, 작성한 글이 외부에 발송되었을 때 곧잘 문의 전화가 왔었다. 문의 내용의 대부분은 보낸 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수신자들이 글을 세심하게 읽어보지 않았다고 치부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자 교만이었다. 글은 엉망이었다. 내가 쓴 엉터리 글을 읽고 문의를 남긴 수신자들을 오해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비즈니스 글쓰기 전문 강사인 백승권 작가는 그의 저서 '글쓰기가 처음입니다'에서 기안과 보고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기안서와 보고서는 그 조직이 일을 한 역사의 기록이다. 행정의 과정과 절차, 결정 사항만으로는 역사를 온전히 기록했다고 볼 수 없다. 그 일을 담당했던 사람의 창의적 생각, 일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 의사결정의 생생한 과정 등이 담겨 있어야 살아 있는 기록이 된다. 살아 있는 기록을 많이 가진 조직이 경쟁력과 탁월성, 발전 가능성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가는, 어떻게 문서를 쓰느냐가 그 조직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내가 쓴 글이 조직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작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잘못된 체계와 구성으로 지금까지 엉터리 글을 쓴 자신을 반성하며,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나가야겠다.


 좋은 글을 찾는 출발점을 힘겹게 지나며, 다음 여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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