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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Mar 23. 2020

팀장님, 역할을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몇 해 전, 같은 부서의 선배가 그에게 건의했다. 방문객의 증가로 혼자서 이들을 응대하기 버거우니 업무 담당자를 한 명 더 충원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선배는 잠시 자리를 비울 때 금세 대기열이 형성되어 화장실도 마음 편히 이용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선배의 얘기를 들은 그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지금 그 자리에 직원을 충원하면, 다른 부서 직원들이 우리 부서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가끔  먼발치에서 선배의 자리를 보면 부산스럽고 정신없었다. 방문객이 길게 줄을 늘어선 경우도 있었다. 선배의 업무는 방문객의 응대를 수반하는 업무였다. 방문객은 해마다 점차 증가했고, 선배는 결국 업무를 혼자 처리하기 버거운 상황에 부닥쳤다. 고민 끝에 선배는 그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며 인원을 충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선배의 토로에 즉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배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요청에 논증 없는 반대만 할 뿐이었다. 그의 대답에는 부담이라는 말로 포장된 나태함만이 가득했다. 그가 선배의 요청을 반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에게는 팀원의 애로 사항보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했다.






 선배의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배는 다른 부서로 이동할 때까지 결국 그 업무를 혼자 처리했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를, 회사원은 회사에서 업무를,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구성원이 이치에 맞게 순리대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해당 조직은 순조롭게 운영될 것이다. 팀장의 역할은 팀원이 일을 잘하게 두루 살피는 것이다. 그는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당시의 일을 떠올리면 그가 우리의 팀장이었는지 헛갈린다. 그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간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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