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glewood Apr 17. 2018

50대 창업기 (創業記)

회사 밖은 정말 지옥일까? 

"어떻게 지내세요?"

"음, 잘 지내고 있어."

회사를 떠나고 만난 많은 직장 후배들과 나눈 첫 번째 대화다.


원해서 떠난 것도 아닌 것을 잘 지낼 수가 있을까만은 그래도 대답은 항상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떠난 직후에는 금방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고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 결과는 기대대로 되질 않았다. 심지어는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 아침에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늙은이로 전락할 것 같은 두려움과 좌절이 정신과 몸을 흔들었다. 결국 정신과의 도움을 받았다. 몇 주 동안 우울증 약을 먹었고, 이를 우연하게 발견한 아내는 말없이 처음 보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봤다.


내가 힘들었을 시간에 아이들도 자신의 진로로 고민하고 있었다. 든든한 울타리였던 아빠의 변화된 모습에 당황하고 막연하게 경제적인 것도 걱정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내와 상의해서 생활비를 절반으로 줄였다. 무엇을 하던 현금이 필요하기에 일단 지출을 최소화했다.


불현듯 오래전에 돌아 가신 부모님이 떠 올랐다. 자식 다섯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등록금이 없어 자식들을 교대로 군대 보냈고, 그중에 공부가 부족해 지방대를 가야 하는 형제의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서울에 있는 전문대로 보내야 했던 부모님의 아린 마음을 그제야 이해하게 됐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형제들은 사업을 했고 좋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 어려워졌다. 나는 절대로 사업은 하지 않고 급여 생활자로 인생을 마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잘 관리하고 절약하면 경제적으로도 무리 없이 지낼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쓸모없는 노인으로 가기에는 아직 젊었고 아이들에게 일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막했다. 금융에서 30년간 기획, 상품, 마케팅을 했던 것으로는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 사업하는 친구들은 이미 자기의 영역이 확실하게 있었다. 수십 년을 그 분야에서 청춘을 보낸 결과이다. 


고민하던 중에 우연하게 외식 산업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몇 달의 시간을 보내면서 산업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새로운 인생, 새로운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앞으로 쓸 예정이다. 새롭게 창업하거나 인생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먼저 창업을 생각하면서 생각한 것은 "서두르지 말고 공부하고 경험하자."였다. 시간은 가고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면 조급해진다. 일단 대략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시장 조사, 사업 모델 개발, 인큐베이에 필요한 시간, 인력과 예상 필요 자금을 대략적으로 세우고 여기에 세부적으로 할 일을 채워 나갔다. 예를 들면 시장 조사에서는 벤치 마크 대상과 최근 업계 트렌드를, 사업 모델에서는 차별화 방안과 수익성 분석을,  인큐베이팅에서는 규모와 대략적인 지역 등을 채워 나갔다.


회사에 다니면서 일상 하던 방식을 적용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가 있었다. 회사에 하던 방식을 소규모 창업에다 적용해도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30년 회사 생활에서 배운 것이 쓸모가 많았다. 구멍가게를 차리는데 너무  많은 사전 작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작은 규모이던 큰 규모이던지 과정과 준비할 것은 비슷하다. 또한 작은 실패가 더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작은 것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상실감은 경제적인 손실보다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온다. 그러면 다음 도전을 망설이게 할 수도 있다.


성공은 경험이다. 작은 것을 자주 성공하면 다음에는 더 큰 도전이 가능하다. 특히 50대는 작은 실패도 큰 상처가 된다. 


회사 밖은 지옥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사느냐, 아니면 인생의 뒤안길로 먼지처럼 사라져 가느냐 하는 생사의 심판장이다. 단판 승부에 목숨을 걸고 콜로세움에 나가는 검투사 (Gladiator)의 마음으로 해도 승부는 모른다. 실패하면 죽는 것이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생활인으로서의 존재가 소멸될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싫은 일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