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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콘텐츠아트 진 Aug 20. 2024

비한테 밀렸어!

[작은 일상] 빗 사이에 끼었었다가.

밖에 나갔다. 운동삼아 좀 걸으러 나갔다. 밖은 사우나탕 공기로 후덥지근하겠지만 답답해서 그냥 나갔다. 긴 산책을 하면 지칠 것 같아 오래 걷지는 않기로 했다. 저 행길가 다이소에 들르고 길 건너 백화점 수퍼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신호등 기다릴 때 너무 더워서 천년같더니만 어느 덧 고무장갑과 감자와 호박가 손에 들여있었다. 집으로는 아주 천천히 돌아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마른 아스팔트가 물 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뿔싸, 저 건물만 돌면 바로 집인데 낭패다. 마침 정자 하나가 눈에 띠었다. 코너로 돌아 내려가는 길 큰 건물 벽에 거의 기대있었다. 그리로 튀어 들어갔다. 정자 안은 꽤 넓었다. 양쪽으로 벤치가 있었다. 비가 들이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불안했다. 바람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양옆으로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다. 가능한 가운데 서있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빗 사이에 끼어 서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앞쪽에서까지 비가 들이쳤다. 뒤쪽으로 몸을 옮겨야했다.  뒤쪽은 건물 벽과 가까워서 비가 덜 들이쳤다. 비 때문에 뒤에 끼어있었다. 비랑 땅따먹기 게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위에서 물이 주르륵주르륵 쏟아져내렸다. 정자 지붕에서 물이 미끄러져 내려온 것이다. 앗, 복병이 있었다니! 몸을 급하게 살짝 앞쪽으로 피했다. 쿵! 정자 기둥을 가로지른 나무에 머리를 부딪쳤다. 이젠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은 가로대 아래밖에 없었다. 거기엔 끼어있지 못했다. 불행히도 내 몸은 그렇게 얇지 않았다. 


금방 그칠 것 같은 짧은 비 아니었나! 생각보다 길게 온다. 하늘에서 장대같는 물창살을 아스팔트 위로 사정없이 내리꽂고 있는 것 같았다. 시끄러웠다. 맞으면 아플 것도 같았다. 아! 오늘은 헐 수 없구나. 장본 것을 가슴에 끌어 안았다.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온몸으로 물들이 사정없이 때리며 들어왔다. 얼마만인가? 비 속으로 뛰어다녔것이. 젊었을 때는 대자연의 샤워가 낭만이었을 텐데 지금 마음 속에 드는 생각은 걱정이다.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몸에 탈 나면 어쩌지. 추워지는 걸. 비 맞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물리학과 출신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빨리빨리 착착 착착 발로 물을 걷어차면서 뛰었다. 집으로 쏜살같이 들어왔다.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젖었다. 물이 뚝뚝 뚝뚝! 얼른 뜨거운 샤워를 했다.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일이 없었다면 한잠 자면 아주 좋았을 텐데. 빗 사이에 끼었다가 결국 비한테 밀려서 진 날이었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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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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