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진 Oct 27. 2024

백수의 즐거움과 서러움

경험하기 전까지는 몰랐지

동생과 통화하다가 거긴 몇 시냐고 해서

일요일 점심께라고 했더니

정말 부러워하며 자긴 일요일 밤이란다

근데 생각해 보니 누나는 월요일에도 출근 안 하잖아!!

하며 머리 쥐어뜯는 소리.

그래 이게 바로 무직자의 즐거움이지..


일을 그만두고 나니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받을 상황도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대학 들어가고부터 지금까지

휴직자의 삶까지만 경험해 봤다.

이제는 ‘일을 안 한다는 사실’이 똑같아도

휴직자와 무직자-소속감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대단하다는 것을 차차 알아가는 중이다.


경찰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고

피할 수 있다면 굳이 밝히지 않았지만

어쨌든 (뒤에서는 짭새니 견찰이니 해도)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앞에서 무시하지는 않을 직업이기에 필요할 때는 소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남편 가족이나 친구들을 소개받을 때

한국에서 공무원이었고 그만두고 왔다고,

지금은 무직이고 글을 쓰고 있다고 소개하다 보니

뭔가 그 뒤에 덧붙여야만 할 것 같은 찝찝함이 있다.

누구도 나한테 뭐라 하지 않는데

30여 년 동안 형성된 내면의 소리가 있는가 보다.


이런 부담감을 긍정적으로 승화해서

글을 쓰며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봐야지.

다음 찾는 일은

해야만 해서 하는 일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14년, 혹은 18년간 몸 담았던 조직을 떠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