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마라 해도 계속해야 한다
마라 맛 개그우먼으로 뽑히는 #안영미 씨가 세간에 올랐다. 그녀가 출연하는 #SNL에서 드라마 #정년이를 패러디 하며 ○년이 캐릭터를 몇몇 세웠는데 그중에 하나로 젖년이를 선보인 것이다.
젖년이 캐릭터는 안영미의 장기인 섹드립으로 무장한 캐릭터였는데, 성행위를 묘사하는 동작을 추임새로 넣는 등 그 표현의 수위가 미성년자가 보기에는 부적절해 보였다.
현재 SNL은 #쿠팡 플레이에서 유료로 제공된다. 자기 의지로 선택한 시청자에게만 노출된다는 점을 들어 큰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과 인터넷으로 짤방이 전파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찬반이 팽팽하다.
SNL은 포맷 자체가 풍자와 해학인 프로그램인 만큼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같은 업에 종사하는 예능 PD로서 우려와 존경심이 동시에 들곤 한다.
존경심이 드는 이유는 감히 손댈 수 없는 #대통령, #영부인, 정치인 등을 등장시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이유 때문이다. (KBS에서 예능을 만들다 보면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반대로 우려스러운 점은 풍자와 해학의 대상 선정, 수위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SNL에서 소설가 #한강 씨와 #뉴진스의 하니를 패러디한 것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많았고 이를 다루는 뉴스들도 있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흉내 내거나 똑같이 복사하는 류의 패러디는 근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예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장치이자 소재다.
그만큼 오래됐고 대중들도 이것을 받아들일 때 나름 적정한 수준으로 반응해왔다. 그렇다면 이번엔 왜 이렇게 날선 반응이 나온 걸까?
SNL은 사실 그동안 대중들에게 응원을 받아왔던 패러디 맛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의원 등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감히 풍자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이다.
누구의 입김이었을까? 시청자들의 원성이었을까? 정치 풍자는 조금씩 분량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 수위도 약해졌다.
그렇게 주요 소재가 사라지고 등장한 것이 화제의 인물 뉴진스 하니, 한강, 정년이가 아니었을까? 혼자 뇌피셜을 돌려본다.
시청자들은 본능적으로 강자보다는 약자를 응원하면서 즐거워한다. 강자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정치인은 누가 뭐래도 권력을 가진 강자다. 국민이 낸 세금과 부름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공인'의 지위에서 그 프라이버시 권리가 어느 정도 제한된다. 뉴스에 나오는 의혹이나 구설을 가지고 패러디를 해도 꾹 참아야 한다.
한강, 하니는 약자일까? 강자일까?
뉴진스 하니는 회사의 집단 따돌림을 고발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는 신분에도 용기를 냈다.
이런 약자를 웃음의 소재로 활용해 행동이나 말투를 흉내는 패러디를 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보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특징을 콕 짚어서 흉내 내는 것은 인종차별로 볼 수도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엄연히 따지면 약자는 아니다. 국제 상을 받으면서 일약 문학계의 거물이 된 사람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강 작가는 강자와 약자로 판단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바로 순수함이다.
일생을 문학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고 그 외에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서점은 만년 적자임에도 좋은 책을 알리고 싶어서 운영한다고 한다. 인생이 순수하고 고귀하다.
모두가 지켜주고 싶은 순수 문학 결정체인 사람이다.
그런데 그녀의 외모와 행동을 패러디 하며, 등이 굽었다거나 목소리가 작다거나 눈을 또렷하게 뜨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을 특징으로 잡고 웃음을 유발하면 맘 편히 웃을 수 있을까?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며 프로 불편러들을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패러디에 관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다 엄격한 사람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政治的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은 인종, 성별, 장애, 종교, 직업 등에 관한 편견이나 차별이 섞인 언어 또는 정책을 지양하려는 신념, 혹은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 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줄여서 'PC주의' 또는 'PC'라고도 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마다 각자의 잣대로 정치적 올바름을 판단하기 때문에 이 논쟁은 끝도 없다. 100분 토론에 세계 석학이 둘러앉아 토론해도 100일이 걸려도 끝을 낼 수 없는 문제다.
이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건강한(?)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올바름은 항상 싸운다. 이 싸움이 계속되어야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VS
잘못된 언행으로부터 나를 보호할 권리
사농공상 신분제 시대, 일제강점기 억압을 거쳐 군사독재 시대를 거쳐 뒤늦게 자유 민주주의를 맞이한 우리나라.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던 시절들을 너무 오래 겪은 우리들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항상 입이 근질근질했다.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를 담아내는 프로그램들은 선보이는 순간 돌풍을 일으키다가도 결국 위정자들에 의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갔다.
SNL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CJ에서 담지 못해내자 쿠팡 플레이에서 제작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SNL을 응원한다. 마라 맛 연예인 안영미 씨도 응원한다. SNL을 만드는 PD, 작가, 크루들을 모두 응원한다.
그리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응원한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치고받고 싸우면서 성장해간다. 잘못은 지적하고 실수는 고쳐나가면 된다.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아니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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