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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n 14. 2024

[인터뷰] 그림책서점 <달곰책방>

아산 배방읍 세교리



이번 글에서는 아산 배방읍에 위치한 그림책서점 <달곰책방>의 독특한 매력과 운영 방식을 소개합니다


그림책방의 재발견



 이번 인터뷰의 제목은 그렇게 생각했다. 나의 편견을 부수고 온 인터뷰였다. 매번 먼 지역으로만 가다가 드디어 가까운 책방에서 흔쾌히 인터뷰를 요청을 허락해 주셨다.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버스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책방의 큐레이션은 사진 찍지 않는 편이다. 들어서면 가운데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창가에 혼자 편히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하나 있다. 이 창가 책상에 관해서는 있다가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서점이나 책방을 가던 꼭 먼저 하는 일은 내가 눈으로 보고 책을 사는 일이다. 아이를 위해서 그림책을 고른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세상에! 그림들이 너무 예뻐서 내가 마음에 드는 책으로 샀다. 그림책은 정말 실물을 보고 살 수밖에 없구나. 아니, 나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림책을 실물로 안 보고 샀을 때와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할 것 같았다. 그림책방이란 건 실물을 보기 위해 존재하는 서점 같았다.


그래서 고른 책인데 그림이 너무 예쁘다.

 아이와 함께 펼쳐보기 위해서 일부러 책이 다칠까 봐 살짝만 보았는데, 책방지기님이 설명해 주셨다.

 "감정호텔은 화자인 '나'가 지배인이고요. 감정들은 투숙객이에요. 잘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분노'라는 손님이 찾아오면 큰 방을 내어주는 거예요. 소리를 시원하게 지를 수 있게!"

 요즘 감정조절을 배워가는 중인 호정이(자녀)를 위해 딱인 책이었다.




Q. 책방의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A. 중의적으로 만든 이름이에요. 첫 번째로는 사전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 쓰이는 '달곰하다'


 두 번째로는 '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까요. '달'아래의 곰이 생각나더라고요. 아이들이 곰을 참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로고는 직관적으로 고르고 골랐어요.




Q. 책방을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달곰책방의 생일은 올해인 2024년 3월 16일이에요.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책방입니다. 작년부터 준비했고, 제일 처음 준비했던 게 위에 말한 이름 짓기인데, 국어사전부터 순우리말까지 다 뒤적거려서 마음에 드는 이름들은 포털 사이트에 전부 검색해 봤었어요. 이름을 짓는데만 3-4개월 걸렸습니다. 어느 날 사전을 보는데 운명처럼 달곰하다는 단어가 띄었어요.




Q. 제가 사실 이실직고하자면 그림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유치하거나, 어른이 보기 좀 그렇다거나,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반했습니다. 그림들이 너무 예뻐요!? 정말 놀랐어요!

A. 심지어 요즘 그림책들은 철학까지 담아내고 있어요. 독서가 끝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 그림과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물어보며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는 거죠. 물론 어른이 그냥 읽어도 무방할 정도예요. 글과 그림 모두에 의도를 담고 있죠. 예전에는 아이만을 위한 그림책이 있었다면, 이제는 성인을 대상으로도 그림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도서실처럼 꾸며놓으신 휴게공간. 여기는 신발을 벗고 편히 이용가능하다.




Q. 평소 다른 책방이라면 추천하고 책방지기님께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면?이라고 물었을 텐데, 여기서는 두 권을 물어보고 싶어요.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아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을 골라주실 수 있나요?

A. 사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너무 많은데, 저희 서점에 재고가 없네요. 다음 주면 들어올 수도 있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서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들입니다. 첫 번째는 『메두사 엄마』입니다.


키티 크라우더 작가의 작품인데, 부모님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메두사가 아이를 낳게 되고, 이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소중해서 머리카락 안에 가둬서 키웁니다.


  아이는 자랄수록 밖에 나가고 싶어 하고, 엄마가 결국 아이를 밖에 내보내면서 머리를 싹둑 자르게 되는 내용이에요. 우리가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정원: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나갈 때 구매할게요!

달곰: 지금은 재고가 없어요.

정원: 그럼 다음 기회에...



출처 : ChatGPT4o

달곰: 두 번째로 어른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은 『틈만 나면』입니다.

정원: 쉴틈이 좀 생기면, 틈만 나면 맨날... 그런 의미의 틈인가요?

달곰: 앗, 아니에요. 우리 보면 벤치나, 도로 틈새에 보면 씨앗이 자라나잖아요? 그 '틈'이에요.

정원: 전 틈틈이 '짬'나면 그런 의미인 줄 알았어요.

달곰: 설명하면 보통 다들 그렇게 생각하세요. 표지를 보자마자 아아, 이것. 하시는 거죠.


정원: 아아, 정말 이거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기분이 좀 슬플 때도 있고, 힘이나기도 하죠.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자라나는 잡초들 보면 쟤네도 저렇게 살려고 자라나는데 싶기도 하고.

달곰: 맞아요. 그런 의미들을 담고 있는 그림책인데, 삽화들이 굉장히 예뻐요.

정원: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네요.

달곰: 재고가 없어요. ^^;

정원: 선생님? 책 추천에 진심이시군요. 책방에 있는 책을 추천해 주시는 게 아니라. 푸하하

달곰: 다음에 오실 때쯤엔 있을 거예요. 아마도...? 이 책은 들여놓으면 손님들이 무조건 사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없네요.



Q. "그럼 이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추천해 주신다면?"

  하는 내 질문에 달곰책방지기님은 웃으시며 책을 한 권 가지고 오셨다.



A. 『모모모모모』이 책은 이미 유명해서 아는 분들은 알 거예요. 한글을 이제 시작하는 아이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밤코작가님은 이런 쪽으로 유명하세요!




내용을 읽어보니 정말 선생님의 말씀대로 '글밥'이 많지 않아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는 '모'가 '벼'가 되어가는 1년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읽어나가는 책이라고 해주셨다. "오래 읽을 수 있는 책이네요!" 정말 감탄했다.



Q. 서점을 차리시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원래 도서관 사서였어요. 책이 좋아서 문헌정보학과를 나올 정도였죠. 그렇게 책이 좋아서 사서를 한 건데, 정작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없었어요. 사서들 책 많이 읽을 것 같죠?



정원: 사실 시청 도서관을 가는 편인데, 사서분들 보면 부러워하곤 했었어요.

달곰: 전혀 아니에요. 이 자리를 빌려서 이야기합니다. 사서는 막노동입니다. 친구들이 자주 묻더라고요. 사서 한다고 하면 좋겠다. 책 많이 읽겠다. 등등. 연세 있으신 어른분들도 사서에 많이 도전하시는데, 말리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대차 옮기고, 무거운 책 나르고, 또 나르고. 바코드 하루종일 찍고 또 찍고.

정원: 우와... 아, 저도 대차 옮기시는 거 자주 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달곰: 맞아요. 직업에 관해서는 본인이 해본 게 아니라면 함부로 언급하기 어려운 게 조금 있죠. 원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도서관 사서일을 할 때 책을 너무 읽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나서 책의 표지, 뒷면, 목차라도 읽을 때였어요. 어느 날인가 그림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분량도 적고, 읽는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그림책에 빠지게 된 거죠. 지금 책방을 열기 전에 제주도에 그림책방투어를 갔는데, 친구들이 무슨 그림책방을 가냐고 해놓고 다들 즐거워하는 거 있죠.

정원: 사실 저도 오기 전에 걱정 많이 했는데 들어오고 나서 혼자 속으로 꺅꺅거렸어요.

달곰: 그림책이란 게 그렇다니까요. 그렇게 그림책방 투어를 5-6년 다녔습니다. 언젠간 해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작년에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저희 투자자님(배우자분)께서 승인해 주셨습니다. 솔직히 원래 직장 다니던 것에 비하면 정말 벌이가 좋지 않죠.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ChatGPT4o

Q. 우리 책방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면?

A. 첫 번째로는 종종 그림책 소풍을 기획해요. 천안의 신방동 그루터기 서점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림책을 들고 공원에 나가서 책을 읽기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이제 날이 무더워져서 잠시 중단했는데, 가을쯤에 다시 할 것 같아요. 피크닉바구니를 대여해드리고 있어요. 바구니와 동화책, 엄마가 읽을 책, 안에는 돗자리와 보드게임, 그림도구들이 들어가 있어요.

정원: 아이디어들이 너무 참여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들 뿐이네요. 아이랑 꼭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Q. 책을 선정하는 기준을 여쭈어봐도 될까요?

A. 첫 번째로는 제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이건 모든 책방지기들 공통사항일 거예요. 두 번째로는 그림책방지기들은 공감하실 내용인데 '그림'과 '글' 모두가 좋아야 해요. 그림책이란 그런 거죠. 하나만 볼 수 없는 부분이에요. 세 번째로는 '내가 수업을 한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고릅니다. 실제로 모임이나 책방수업을 할 때가 있는데, 제 수업은 항상 규칙이 있어요. 정답 없는 수업을 좋아합니다. 네 번째로는 어른과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냐, 아니냐를 봅니다. 다섯 번째는 아이들이 즐거워할 책이냐를 봅니다. 여기서 간극이 발생하는데, 어른이 좋아하는 책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정말 달라요. 너무 달라요.




Q. 혹시 예를 하나 들어주신다면?

A. 아이들은 정말 빼놓지 않고 좋아하는 책인데, 어른들은 갸우뚱하는 책이 있어요. 물론 좋은 책인 건 분명하지만 『마녀위니』라는 시리즈입니다. 그림이 막 빼어나지도 않은데, 여기 내용에서 마녀와 고양이가 나와요. 정말 엉뚱하거든요. 그 엉뚱함이 아이들은 즐거운가 봐요.


ChatGPT4o

Q. 책방에 어떤 손님들이 왔으면 좋으실 것 같나요?

A. 남녀노소 누구나요. 저는 달곰책방이 사랑방처럼 누구나 올 수 있는 편한 서점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림책이라는 것의 허들이 낮아져서 어른들도 아이들도 와서 편히 읽다가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서 책 읽으시는 모습만 봐도 배부를 것 같아요.


ChatGPT4o

Q. 이제 서점을 시작하는 예비책방지기들에게 하실 말씀이나 고충이 있다면?

A. 서점은 현실입니다. 책만 팔아서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팁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책방을 열기 전에 사업계획서를 써보세요.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체크해 보시고 쳐낼 건 쳐내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중심을 잃지 마세요. 생각보다 힘드실 거고, 생각보다 맘고생하실 겁니다.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달곰책방지기가 전하는 말.


 혹시 이 근처 지역에 살거나, 지나갈 일이 있으시다거나. 갈 곳은 없고 집으로 가는 것도, 카페로 가는 것도 내키지 않을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저희 책방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을 위한 창가자리를 마련해 두었어요. 편히 책을 보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방을 가서 느낀 것은 내가 배워온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고, 그림책에 대한 너무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림책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아름답고, 예뻤다. 그리고 요즘 책이 점점 팬시화되어 가는데, 소장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그림책이 굉장히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잘 안 하는 분들에게 선물용으로 그림책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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