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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정한 변리사 May 23. 2021

괜찮은 심사위원을 먼저 섭외하는 전술적인 방법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고자 하는 공공기관 평가 담당자를 위한 선정노하우


꽃피는 봄이 왔고, 바야흐로 심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부지원사업 담당자로서는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올해는 또 어떤 악성민원인이 등장할지 초조해지는 시즌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1인 창조기업',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 로 시작된 스타트업 창업지원사업 붐.

스타트업 창업지원사업 붐이 올해로 10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동안 심사위원 퀄리티는 얼마나 좋아졌을까?

심사위원 선발에 있어서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조달청. 매번 민원에 엄청나게 시달리다보니, 심사위원 선발도 매우 신경써서 잘 한다.  경험만큼 깡패는 없다. 조달청을 배우면 된다.

사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공공기관 담당자들에게 심사위원 추천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상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이상한 심사를 당하고 온 스타트업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으로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판단해보건데...


우리나라 '스타트업 정부지원사업' 심사위원 선발과정은 10년간 전혀 발전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사 대기중인 심사위원들. 이 위원님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일까? 과연, 심사할 자격이 있는 걸까?


문제의 근본은 심사위원 선발과정에 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의 대부분의 정부지원사업, 연구과제의 심사위원 선발과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심사위원 선발과정은 각 공공기관마다 천양지차로 다르다. 즉, 체계적이고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위원이 선발되고 있지 않다.

최근에 심사위원 자질에 대한 소동이 있었던 ㅇㅇㅇㅇㅇㅇ진흥원은 심사위원을 선발하는 과정을 컨설팅 받고 1차와 2차로 나누어 심사위원 선발과정을 고도화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은 '우리는 그정도의 예산이 없다'라고 하면서, 심사위원 관리매뉴얼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위 컨설팅에는 예산이 2,000만원도 들지 않았다고 하는데, 무슨 예산핑계인지 모르겠다. 왜 우리나라의 수 많은 공공기관들은 심사위원 선발/관리 제도를 고치려고 하지 않을까?


리디북스에서 <기술창업36계> 전체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168000021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알량한 권력'의 문제가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관장, 지원사업 담당자, 담당자의 팀장 등은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심사위원 선발'만큼 좋은 이벤트가 없다. 누구를 선발하는지를 결정하는것이 누구냐?에 따라서 해당 '인플루언서'에게 자신/자신이 속한 기관의 권위를 보여줄 수 있으며, 심지어 시간당 얼마 안되는 심사비로도 아주 효과적인 권위의 전파를 보여줄 수 있는것이다.  


특허청은 우리나라에거 가장 많은 심사를 하는 곳이다. 조달청보다 많다. 심사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 수십년전부터 '심사지침'과 '심사기준'을 만들어서 혁신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의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진행되고있는 심사위원 선발과정은 아래와 같다.


1. 특정한 정부지원사업이 기획된다.

(담당자 또는 공무원이 해당 사업을 기획할 수 있도록 옆에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2. 해당 정부지원사업의 예산이 배정된다.

(기관장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담당자는 자신의 사업예산이 커지면, 보람이 커진다. 뿌듯하지)


3. 해당 정부지원사업을 운영할 협력회사를 선발하는 계획을 세운다. (사실 이 과정에서 위의 '아이디어'를 불어넣은 외부사람이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한다)


4. 운영사(협력회사) 선발계획에 따라서 1차, 2차 심사 계획을 세우고, 심사위원을 섭외한다.

- 심사위원 리스트는 담당자가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

- 심사위원 리스트는 팀장을 거쳐 기관장에게 보고되며

- 수차례 수정된다. (왜 수정될까?)


5. 운영사 선발이 이루어진다.

- 매우 공정한것 같지만, 심사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사위원장이 기관장과 어떠한 관계인지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많다.


6. 정부지원사업이 진행된다.

그나마 민간 창업기관에서 진행하는 심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우가 많더라.


7.정부지원을 받을 스타트업들을 모집한다.

- 물론, 1차, 2차 선발을 한다.

- 그 1,2차 심사의 심사위원이 선정된다.

- 어떠한 기준으로 선발될까?


8.서류심사와 대면심사(발표)가 이루어진다.

- 서류심사는 대부분 심사위원들이 개별적으로 대화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아쉬운것은 짧은 시간에 많은 서류를 보게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검토하기는 쉽지 않다.  

- 대면심사는 5인 내지 7인으로 구성되며, 신기술인증 심사 같은 경우에는 13인까지 심사위원이 구성되는 경우가 있다.

- 대면심사에 들어가기전에 '심사위원장' 호선을 하게되는데, 대부분 심사위원장을 하기 싫어한다. 심사위원장을 하면, 일단 문제가 생겼을때 책임을 져야하고, 나중에 점수를 취합해서 서명해야하기 때문에 집에 늦게 간다.

- 그래서 대부분 심사위원장을 하지 않으려고 하며, 연장자인 '노 교수'님이 하는 경우가 많다.

- 대면심사는 최근 온라인(줌, 구르미, 스카이프 등)으로 하기 때문에, 발표자들의 생생한 열정이 잘 안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점은 참 아쉽다.

- 대면심사가 모두 끝나고 의견취합을 하는경우도 있는데, 사실 왜 의견취합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홀수로 심사위원을 모집한 것은 나름의 취합산식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굳이...

- 심사를 하러가면, 연필을 주는데,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으니 연필로 먼저 하고, 나중에 사인펜으로 기입하라는 뜻인것 같다. 그런데, 나는... 성격이 스트레이트해서 그런지, 연필을 왜 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점수계산 틀리면 긋고 서명하명하고, 다시 기재하면 된다.

- 의견취합과정에서 상당히 웃긴일들이 일어난다. 특정한 심사위원이 특정한 팀을 엄청나게 버프하는 장면들이 가끔 일어난다. 또는 특정 심사위원이 특정 스타트업에 관한 사실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대표가 정부사업비 헌터라는 둥...)

- 이러한 모든 현장은 녹음되고 있으며, 심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담당자는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심사위원과 발표자에게 공지한다. 하지만, (지령을 받은건지, 뭔지 알 수 없지만) 열정적인 심사위원들은 옹호/비난을 열심히 하는 광경을 몇번 보고나면, 내가 왜 이런 심사판에 와서 앉아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 어쨌든, '녹음파일'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이의신청이 들어와도, 기관 내부정책상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조달청은 모든것을 공개한다. 심사현장의 심사위원들의 대화는 물론, 현장을 라이브로 영상공개한다(대기실에서는 심사현장을 라이브로 볼 수 있다. 조달청 지하 심사장에 가본 사람은 안다)


아무튼, 스타트업 현장의 심사시스템은 개선의 여지가 많다.

심사위원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싶다. 기관의 입맛에 맞추는게 중요하다면, 심사는 왜 하는가?

좋은 심사위원을 초대해서, 공정하게 심사를 진행하고, 좋은 스타트업들을 선발하는것이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마음일것이다. 하지만, 항상 말이 나오고, 문제가 터진다.


개선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심사위원에 대한 검증을 철저하게 한다.

- 심사위원 후보자 리스트 관리가 명확하게 이루어져야한다. 필자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과자 또는 수사중인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동석하는 경우도 봤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 박사학위도 없으면서, 박사라고 하고 다니는 경우도 많고, 투자도 안해봤으면서 투자자라고 하고 다니는 경우는 너무 많이 봤다.

- 모든 문제는 담당자가 '결정'만 하지, '검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2. 심사기간 3주 전에 심사위원에게 예비통보 하여야 한다.

- 괜찮은 심사위원들은 매우 바쁜 사람들이다. 당장 이번주 무슨요일에 와달라고해서 OK를 할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 따라서, 최소한 3주 전에 심사위원에게 시간을 비워줄 것을 요청하는 '예비통보'라도 하는것이 좋다.

- 최근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도약패키지 등이 연속으로 진행되면서, 심사위원 자원이 고갈되어버렸다. 그래서, 하루 전에 심사위원 위촉전화를 하기도 하더라. 누가 갈까?


3.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고, 공개요청이 있으면 공개하여야 한다.

- 심사위원이 '업'인 사람들이 있다. 특정한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심사위원/멘토 활동만으로도 괜찮은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행사에 자주 나가며, 담당자와 친교를 맺고, 허위 경력으로 심사위원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철저하게 걸러야 한다. (쉽지는 않다)

- 이의신청이 들어왔을때,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공개하는것이 맞다고 본다. 나는 심사위원으로서 내 주관에 의해서 점수를 준것이기 때문에, 어떤 민원이 들어오던, 그 사람에게 내 점수의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다. 해꼬지?를 하는 사람은 없다. 나의 평가이유에 대해서 잘 전달하고, 그분도 그것을 양분으로 사업에 도움이 되면 그만인것이다.

- 문화계, 영화계 등에서는 심사위원을 공개하는 것이 일상화된것으로 알고있다.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심사위원을 공개하는것이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서 훨씬 낫다. 문화계에서는 이미 심사위원 공개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위 3가지만 하면 된다. 어려운일도 아니다. 심사위원 자질을 검증하고, 좋은 심사위원이 올 수 있도록 시간을 안배하며, 결과에 자신을 갖고 공개요청시 공개하면 된다. 조달청은 이를 자동화하였고, ARS 를 통해서 자동화된 심사위원 초빙,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조달청의 '심사위원 유의사항' : 수십년간의 심사위원 부정부패 & 투서가 만들어낸 종합예술작품.


물론, 많은 사람들이 부담을 갖고 심사위원이 되기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심사의 품질을 을 높이고, '정부자본주의'를 투명하게 바로잡는 일이다. 정부 R&D 예산이 24조원인 대한민국에서, 심사의 공정성이 무너진다면, 사회가 무너지는것이라고 봐야한다. 정부지원사업 신청해봐야, 기관과 친한 기업만 선정된다면, 우리가 내는 세금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심사위원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정부지원사업에는 유망한 스타트업들은 떠나고, '좀비벤처'들만 득실거리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눈을 무섭게 여겨야한다.

아닐것 같지만, 모두가 지켜보고있다.


필자 : 엄정한 변리사

www.U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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