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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유나 Feb 08. 2019

#12 화 잘 내는 엄마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기로 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거울 앞으로 걸어가 얼굴을 비춰봤다.

까칠한 얼굴과 초점 없는 눈빛, 메마른 입술이 안쓰럽다.

거울도 제대로 못 보고 산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생활은 생각보다 투박하고, 거칠었다.


힘들어도 걸어야만 했던 외길


' 그래도 신생아를 키울 때보다는 조금 나아졌어. '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의사소통은

막장의 존재들에게도 애정을 심어놓는다.


- 샨사, <<바둑 두는 여자>>



'의사소통', 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의사소통이란 사람들 간에 생각이나 감정 등을 교환하는

총체적인 행위를 말한다.


처음 엄마가 된 후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막장의 존재들에게도 애정을 심어놓는다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아기와 하루 종일 보낸다는 것은

보통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늘 동등하거나

때로는 정정당당한 '갑'으로서 살려고 했던 내가

아이 앞에서는 언제나 철저한 '을'이 되었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


말투나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등장한 노동 형태다. 미국 버클리대 명예교수이자 여성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에 낸 책 『통제된 마음(The Managed Heart)』에 등장한 용어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하는 사람들을 일러 감정노동자라 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감정노동 (트렌드 지식사전, 2013. 8. 5., 김환표)



나는 감정노동자였다.

언제나 감정을 억누르고,

숨겨야만 하는 현실에 때로는 숨이 막혔다.


그럴 때면 이따금씩 쌓아뒀던 화가 폭발했다.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할 때가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딱히 이렇다 할

뾰족한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분노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말도 못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화를 낼 때는 그때의 감정에 충실해 어느 정도 만족했다.

얼마 못가 뒤늦게 찾아오는

' 나는 나쁜 엄마라는. ', '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는. '

후회나 공허함 등으로 인하여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첫 번째 화살은 맞더라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


- 붓다



내가 화를 내며 나에게 쏜 화살이 첫 번째 화살이다.

그 화살이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화살에 다시 근심하고 상심하며 슬퍼하면 

나는 두 번째 화살까지 맞은 것이다.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나는 지나간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두 번째 화살은 맞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는 내 마음속에 '화'라는 감정이 올라 올 때면

너와 함께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기로 했다.


여행을 떠나서도 화가 났을까. 괌에서 올려다본 파란 하늘.


비록 지금은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이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하늘을 볼 때면  

엉망진창인 우리의 현실을

잠시나마 위로해 준다고 믿기로 했다.


글) 브런치 매거진 <엄마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어>, - 작가 : <<엄마의 생각정리스킬>> 저자, 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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