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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면역력 기르기 100
by 에피스테메 Apr 09. 2018

버티는 힘도 내공이다

들어가며

실로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책 홍보용으로 판 브런치 계정에 굳이 글을 쓸 동기를 잘 찾지 못했었다. 쓰고 싶어 손이 근질거릴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8개월이 훌쩍 지났다.


그간 내 소식을 전하자면, 호기롭게 낸 첫 책의 판매는 지지부진하고 나의 커리어는 시간만 흘리고 있으며 나이 서른, 6년차가 됐다. 올 초 부서가 바뀌면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에 출입하고 있는데 한동안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몸부림쳤다. 애정가는 기사를 쓴 게 언젠지 조금 아득하다.


이래저래 '멘붕'을 겪다보니 일에 대한 관점을 살짝 바꾸게 됐다. 그 전까지 일이란 모름지기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나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사회에 득이되는, 아주 이상적인 것이었다. 요즘은 그저 내가 욕먹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해 일하고 내가 나를 벌어먹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일의 가치가 충분하단 생각을 한다.


왜 잡일은 다 나한테만 오는걸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빡침지수 100을 찍는 날, 퇴사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버티는 힘도 대단한 능력이다. 회사 면역력을 길러보자.


작년 말, '일터와 세대갈등'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의가 끝나고 나보다 서너살 어려보이는 여성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주저주저했다. 그녀는 정답을 듣기 위해 왔다. 퇴사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내 입에서 답이 나오길 바라는 눈빛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의연해지라, 일터에서 자존감이 깎이더라도 절대 지면 안 된다, 직장에선 '내 탓이오'보다 '네 탓이오' 하는 사람이 더 대접받을 수 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녀가 느끼는 갈등은 구조적 문제여서 어느 유능한 멘토를 만나더라도 그녀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비정규 형태의 고용, 저임금, 장시간 노동, 수직적 의사소통 구조... 그녀가 생각을 바꿔먹는다고 달라지는 현실은 없다. 그저 조금 더 버틸 뿐이다.


얼마 전 나 역시 조직의 갑갑함에 숨통 트일 구멍을 찾다 문득 그녀가 생각났다. 돌이켜보면 난 생각보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강한 인간이었고, 불평불만 하면서도 떠나지 못했다. 아니,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보낸 시간들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하루하루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더라도 그렇게 지지고볶는 시간이 나를 성장시켜 왔다고 생각한다.


강연장에서 만난 그녀같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주고 싶다. 살아남자, 살아남아서 20년 뒤 우리가 조직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 조직에서 증발하지 말자. 버티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이것 역시 나에게 하는 말. 강자의 논리 같긴 하지만 일단 다른 수가 없으니 이렇게 믿고 본다.)


수습 기자 시절, 하리꼬미(경찰서에서 24시간 지내는 것)를 앞두고 한 기자 선배가 말했다.


"수습 기간에 좌절 말고 차라리 농땡이를 피워라. 힘들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라."


그렇게 그 선배는 회사생활의 '고비'들을 넘겼을 테고 그 힘이 지금 그의 지위를 만들었을 것이다. 잠깐 시간을 흘린다고 해서 조직은 구성원을 내치지 않는다.


오늘부터 새 연재를 하려 한다. 퇴사 유혹에서 빠져나오는 100가지 실천법이다. 어느 날 '현타'의 순간이 오더라도 딛고 일어날 '회사 면역력'을 길러보자.


'퇴사'가 트렌드가 된 시대. 한쪽에선 퇴사하지 못한 인간을 '행복 미경험자' 정도로 취급하는 시선이 있다. 퇴사자를 마치 용기있고 도전적인 사람인냥 포장하는 미디어도 있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여전히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죽어라 일상을 버틴다. 나는 그 힘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괜찮다가 이내 안 괜찮아지는 일상이 반복되더라도, 그렇게 버틴 일상들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퇴사하고 싶을 때 다른 사람은 이렇게도 하더라, 엿볼 수 있게끔 나의 방법들을 소개하려 한다. 자신만의 비법이 있으면 공유해주시는 것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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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기자
신문기자.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저자. 요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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