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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면역력 기르기 100
by 에피스테메 Apr 12. 2018

2. 나를 위로하는 차(茶)

내 위(胃)를 토닥토닥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지난 주말 밖에 나갔다가 감기에 걸렸다. 하루 푹 쉬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더니 3일째인 오늘 더 심해져 머리는 어지럽고 콧물은 물처럼 흐르고 연신 재채기가 난다. 아픈 티도 못내고 맹렬히 일하다 퇴근하니 밤 11시 50분. 바로 침대에 쓰러지고 싶지만 오늘은 나를 위로해야 한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때를 꼽으라면 자기 전 차를 마시며 일기를 쓰는 시간이다. 차를 마시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쯤 위염이 심해져 살기 위해 커피를 끊었다. 밥 먹고 '식후 땡'은 해야겠으니 카페에 가면 늘 차를 시켜 먹었다.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 달랑 넣어주고는 커피보다 훨씬 비싸게 받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소득이라면 '차(茶)의 맛'을 알게 됐다는 것. 기회가 있을 때마다 티 브랜드를 사모았다. 프랑스 티 브랜드인 '포숑'이 견종 중 하나인 줄 알았던 내가 지금은 'T2', '쿠스미', '해러즈', '이스트 인디아 컴퍼니', '루피시아' 같은 티 브랜드를 줄줄 꿰고 있다.


효리 언니는 매일 아침 일어나 차를 마신다.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기 전 마시는 차를 더 좋아한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찻물이 내 위(胃)를 따뜻하게 토닥인다. /JTBC


전쟁같은 하루를 보낸 나에게 차 한 잔을 선물해보자. 가장 아끼는 찻잔을 정성스레 닦고 뜨거운 물을 졸졸졸 붓는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묘하게 안정감을 준다. 이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차를 골라 우리면 된다. 평범한 하루를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날은 얼 그레이, 설레는 봄 기운을 느끼고 싶은 날은 장미꽃차,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은 홍차에 레몬즙 살짝(왠지 기내식 먹는 기분이 난다), 엄마가 보고싶은 날엔 보이차...


머리가 무거운 오늘은 페퍼민트를 골랐다. 덜 식은 찻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게 느껴진다. 따뜻한 기운이 장기 곳곳으로 퍼진다. 내 위(胃)를 토닥여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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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차마 하지 못했던 말> 저자. 요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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