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한 깨달음
"아빠 투표했어요?"
저녁을 먹다 말고 첫째가 묻는다. 아직 못했다고 말하니 자신은 이미 투표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아빠도 꼭 투표해야 돼"라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흐뭇해하면서도 아이들이 무슨 수로 투표를 했는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투표 가능 나이가 6세로 줄었나 궁금해졌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금일 어린이집에서 투표 놀이를 했다고 한다. 둘째 역시 투표 놀이를 했다며 사진을 보여 주었다.
사진 속 아이들은 어린이 주민등록증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소에 들어가서, 원하는 후보에 도장을 찍고, 투표함에 넣는 것까지 우리가 하는 투표와 똑같은 놀이를 하고 있었다.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나 권리에 대해서는 아직 모를 테지만 이렇게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게 바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영어 공부를 하면서 '공부의 신'으로 유명한 강성태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 어원을 따라가면 쉽게 외울 수 있다고 설명하는 강의였는데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education"에 대한 설명이 가장 기억에 남아서 아이들을 대할 때 항상 염두하는 단어가 되었다.
education에서 "e"는 "밖으로"라는 뜻이고 "duc"는 "이끌어 낸다"는 뜻이다. 풀이해 보면 교육이란 이미 가지고 있는 재능과 지능을 밖으로 이끌어 내는 행동을 의미한다. 여태껏 내가 가지고 있던 교육이라는 의미를 산산조각내는 순간이었다.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제자들을 배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 자신이 한 일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을 끄집어낸 것밖에 한 것이 없다며 겸손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산모 스스로도 출산이 가능하지만, 산파의 유도가 없이는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기를 낳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아마도 소크라테스가 없었다면 플라톤을 비롯해 다양한 학파를 만들어 낸 제자들 역시 존재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흔히 하는 실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정한 기준으로 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 순서대로 나열한다. 수 천 년간 이어져 오는 교육을 곡해하고 정반대의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배운 것처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교육이 더 보급되고 다양해졌으면 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더라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닌 아이들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지혜를 이끌어 내는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투표소로 향한다. 비록 내 한 표의 영향은 미미할지라도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표가 더 모인다면 분명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