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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 Aug 27. 2021

갤럭시 폴드 3는 놀랍다만...

그래서 왜 접어야 하는 건데?

접으면 4.3인치, 펼치면 7.3인치 

2019년 삼성은 이벤트에서 여태까지 선보인적 없는 새로운 폼팩터의 기기를 공개했다. 회사 안팎을 통틀어서 지속적으로 말이 나오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드디어 차용한 첫 번째 상용화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필자는 갤럭시 폴드의 탄생을 2가지의 의미로써 중요한 제품이라고 평가한다.


첫째는 모든 스마트폰이 비슷해진 시장 트렌드 속에서 근본적인 폼팩터의 변화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둘째는 2000년도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된 플랙서블 디스플레이가 드디어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다는 점. 물론 이와 같은 놀라움이 제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


1세대 갤럭시 폴드는 화면의 경도부터 시작해서 외부 디스플레이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실험에 가까운 제품이었다. 갤럭시 폴드를 처음 만졌을 때 필자는 경이로우나 한편으론 갈 일이 멀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자비를 지불하면서 까지 제품을 구매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갤럭시 Z 폴드 2가 출시됐다. 첫작에서 느낀 어설픔은 사라졌고, 많은 부분에서 다듬어진 제품을 만져보곤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완벽한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1년이라는 시간 안에 이 정도로 도약할 수 있는 비결이 뭔지 궁금할 지경이다.


시간은 또 흘러, 갤럭시 Z 폴드 3가 얼마 전에 공개됐다. 제품의 완성도는 상용화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발전했고, 나의 예측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최소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선.


왜 접어야 하는가?

이번 갤럭시 Z 폴드 3의 티저 영상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Why change a good thing?
왜 이미 좋은걸 바꿔요?
This was once a good thing, this was also once a good thing.
이것도 한때 좋았고, 이것도 한때 좋았습니다 
Is "good" good enough?
그럼 질문을 바꿔보죠, "좋은 게" 정말로 충분히 "좋습니까?"

티저를 보면서 알 수 있듯이 삼성은 폴더블 디바이스를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넥스트 아이폰'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의 등장만큼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강한 임팩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블랙베리 CEO를 동반한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과 같은 바-타입 스마트폰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가졌지만, 이와는 결이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폰의 성공은 처음 스티브가 주장했던 것처럼 기존의 단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휴대폰에서 편의성 증진을 통한 대중화가 원인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폴더블이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다름'은 무엇일까? 무려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폴더블 스마트폰을 살펴봤지만 폴더블이 제시하는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은 활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리고 그 까다로움을 제대로 컨트롤하는 회사는 현재로썬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플립형 (좌측), 폴드형 (우측)

삼성이 대중적으로 판매 중인 폴더블 기기는 플립형과 폴드형으로 크게 2 타입으로 나뉜다. 플립형은 갤럭시 플립처럼 기존 스마트폰의 형태와 비슷하지만 상하로 접는 방식이고, 폴드형은 펼치면 준태블릿 사이즈가 되는 방식이다.


본 글에선 두 가지의 타입을 별도로 보고 각각의 장단점을 중심적으로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플립형의 경우에는 디자인적인 이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얻는 이점이 거의 전무하다. 폴더블을 구현하기 위해서 힌지를 비롯한 기존 바-타입 스마트폰에선 필요하지 않은 부품들이 들어가면 결과적으론 배터리를 비롯한 필수 부품을 넣을 공간이 부족해진다.


그리고 이는 플립형 스마트폰이 가져가야 하는 불변의 아킬레스 건이다. 공간적인 제약은 이미 현세대 제품에서도 갤럭시 Z 플립 3가 S21은커녕 S20보다도 더 낮은 수준의 카메라 결과물을 보이는 것과 매우 짧은 배터리 타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증빙할 수 있다.


폴드형 기기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장점을 보다 본격적으로 활용한 제품인데, 접었을 땐 일반 휴대폰 사이즈, 펼쳤을 땐 태블릿 사이즈를 주머니 속에 넣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번에 S-pen 지원이 추가되면서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특히 제품 자체의 사이즈(부피)가 태블릿에 준하는 사이즈라는 점에서 모든 부품을 넣을 때 플립보다는 제약이 덜하다. 단, 이는 다른 말로 해석하자면 폴드형 스마트폰은 접어도 결국 스마트폰보다 크고 무겁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요즘은 바-타입 스마트폰도 워낙 무거워서 그나마 무게에 대한 부담은 줄였다)


태블릿을 휴대폰 안에 담기 위해서 모든 폴더블 스마트폰이 경도가 낮은 플랙서블 소재를 사용한다는 점과 결론적으로만 본다면 폴드형 스마트폰 하나를 구매하는데 원만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둘 다 장만할 수 있는 가격이라는 점은 극복하기 어려운 단점 중 하나다.


당장 갤럭시 S20, S21 시리즈가 1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판매량이 영 좋지 못한 상황인데, 200만 원에 준하는 제품을 구매할 소비층이 얼마나 될지도 확실치 않다. 접는다는 장점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반응이 갈릴법한 상황인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접는다는 장점에 비해 잃어버리는 손실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뼈아픈 소프트웨어의 부재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실패 이후로 구글은 사실상 태블릿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치 중이다. 유일하게 받은 태블릿 전용 업데이트는 허니콤 시절이고, 지금 당장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 앱을 다운받아도 대다수가 스마트폰용 앱을 좌우로 늘려놓은 수준에 그친다.


이게 폴더블 스마트폰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면, 폴드류 스마트폰은 펼치면 태블릿 레이아웃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구글이 10년 동안 방치해놓은 환경 속에서 안드로이드 태블릿 레이아웃을 제대로 지원하는 앱은 사실상 전무하다.


삼성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시간이 해결해줄 법한 문제지만, 삼성은 지속적으로 갤럭시 탭 시리즈 군을 밀어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구글이 의지박약'으로 이러한 상황을 겪는 건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플립형 기기에서는 삼성이 적용한 OneUI가 긴 디스플레이에 생각보다 대응을 잘한다는 점이고, 기존 앱들도 좀 더 긴 화면에서는 큰 무리 없이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폴드형 스마트폰보단 나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매서운 후발주자

한국에서는 중국 제조사에 대해 논하면 "중국껀 중국에서나 사지"와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놀랍게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얼마 전에 전 세계 점유율 2위를 차지한 샤오미는 매서운 속도로 성장하여 내년부턴 실질적으로 삼성이 점유율을 위협받는 상황이고, 화웨이를 제외한 타 中제조사들은 무서울 정도의 성장률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아마 삼성이 지금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폴더블'이라는 카드에 올인을 하는 것도 中제조사들의 위협이 크다고 평가한다. 이미 바 타입 스마트폰은 중국 제조사들도 충분히 잘 만들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차별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지역 특성을 생각할 때 삼성이 가격적인 측면으로 상대를 하기도 어렵고, 해서도 안된다.


한국에서야 홈그라운드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되지만, 저가형 스마트폰이 주로 팔리는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지역에서는 삼성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체감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삼성이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플래그쉽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도 참고해주면 좋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폴더블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삼성의 이러한 올인 전략이 먹혔는지 아직까지 中제조사 중에서 대중화에 가까운 제품을 생산하진 못했다. 단, 이것도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필자는 3년 이내로 중국에서도 삼성에 견줄만한 폴더블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로썬 삼성이 유일하게 폴더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니 유아독존한다고 쳐도, 초기에 5G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하다가 中제조사와 애플이 5G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바로 1위를 탈환당한 것처럼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이리되지 않을 법이란 없다.


특히 샤오미가 최근에 "Mi" 브랜드를 버리고 "Xiaomi"의 자체 네이밍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으니,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정점인 폴더블 스마트폰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안 봐도 뻔하다.


이상하게 한국에서 (8,90년도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위협요소를 경쟁상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시선이 팽배한데, 중국은 스마트폰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반도체 업계 전부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인지를 해야 상대할 수 있고, 타조처럼 눈을 땅속에 가린다고 위협요소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확실한 건 수년 이내로 삼성에 못지않은 폴더블 기기가 타제조사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 삼성이 현재 얻는 주목이 분산된다는 점이다. 이는 즉 현재 삼성이 받는 폴더블에 대한 이점도 상당 부분 사라진다는 의미.


애플은 못하는가? 안 하는가?

中제조사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에 진출한다는 것은 뻔할 뻔자고,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구사하는 게 현 중국 제조사들이니 폴더블 스마트폰에 진출하지 않을 리 없다. 다만, 이번에도 역시 가장 큰 화두는 애플이다.


애플도 사내 내부에선 폴더블 제품을 테스트 중이라는 이야기가 간간히 나오는데, 이게 실제 제품 출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애플이 폴더블 제품을 차후 몇 년 동안은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꽤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기업도 아녔거니와, 완성형에 가까운 기술만 탑재하는 애플이 최소 몇 년 동안 더 개발이 돼야 하는 미완성의 기술을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맞지 않다. 특히 단일 제품으로만 상대하는 애플이 폴더블 기기를 만든다는 것은 삼성처럼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하거나, 기존 아이폰 라인업을 대체한다는 의미인데 그러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특히 폴드형 기기는 아이패드 미니와 포지션이 겹쳐서 캐니벌라이징이 발생할 수 있고, 스티브가 이전에 컨퍼런스에 말했던 것처럼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넣고 아이패드처럼 작동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맥북과 아이패드를 합체해서 두 분야 모두에서 잘할 순 없다"와 같은 답변을 할 정도로 확실하지 않은 포지션을 잘 내놓지 않는 기업이기에 출시 가능성은 더 회의적이다.


물론 중국 제조사들이 삼성이 만든 폴더블 기기보다 훨씬 더 열등한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애플도 삼성과 비슷하거나 더 우월한 수준의 폴더블 기기를 만들만한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만, 애초에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도 할 이유가 없다는 게 현재로써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의 3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은 가히 놀랍다. 예상을 뛰어넘는 발전을 거듭하며 잘 연마하면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중국 제조사들에 대항하는 멋진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의 활용도는 여전히 시원찮다. 더 큰 화면 얻는 대신 잃는 것도 많고, 개척자가 가야 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후발주자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플이 가세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디메리트(demerit)는 없겠지만, 2021년에 하드웨어는 타사도 못지않게 잘한다.


개인적으론 휴대폰을 접는 이유가 삼성이 생각하는 것만큼의 이점이 있다고 평가하진 않지만, 

이와는 별개로 삼성이 멋진 제품을 뽑아내여 다시 한번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이상이다.



사실 갤럭시 폴드와 관련된 글은 2019년에 한번 썼다가 제 작가의 서랍에서 나오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발행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1세대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세대와 3세대 갤럭시 폴드가 생각보다 너무 큰 발전을 해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직도 휴대폰을 왜 접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는 떠올릴수가 없네요. 부디 3년뒤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대세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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