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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릭리 Nov 12. 2022

퍼팅하는데까지는 내가, 그리고 홀에 들어가는 건 하늘이

왜 이렇게 퍼팅이 안돼?

라운딩을 나가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 오늘 왜 이렇게 퍼팅이 안돼?'


저는 사실 그런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퍼팅은 원래 안 되는 건데.. 잘 되는 게 이상한 거야.' 그만큼 퍼팅은 어렵습니다.


오죽했으면, 1m 퍼팅이 잘 안돼서 프로선수를 포기한 선수들도 나올까요.


제가 해외에서 골프를 치는 동안 있었던 일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우리 그룹은 항상 PAR3에서 니어라는 내기를 했습니다. 온그린을 하고 깃대에 가장 가깝게 붙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죠. 제 공이 깃대에 가장 가깝게 붙었고 50cm 정도밖에 안 남았었습니다. 그야말로 버디 찬스였죠.


이 버디만 하게 되면 니어에서 이기게 되고 쏠쏠한 게임머니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깃대에 붙어 있는 내 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가장 가까이 붙였기 때문에 숏게임을 하는 동반자들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워낙에 짧은 거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크게 라이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다렸을 뿐이죠. 큰 기대를 가지고요.


드디어 동반자들의 숏게임이 끝나고, 퍼팅을 하러 그린으로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상당히 집중해서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 퍼팅을 성공시키는 순간 본인들의 게임머니를 잃게 되기 때문이죠.


동반자들이 장난을 칩니다.


'에이, 재운아, 설마 넣겠어? 야 재운아 그것도 못 넣으면 넌 그냥 골프 접어라'


소위 말해 구찌라는 게 들어옵니다.

사실 구찌가 들어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50cm라는 거리의 숏퍼팅은 사실 골프를 한 번도 안 쳐본 사람도 쉽게 홀인 할 수 있는 거리니까요.


퍼터를 잡고 두발을 땅에 안착시킵니다. 그립을 신중히 잡고 공 뒤에 퍼터를 조심히 얹습니다. 그래도 혹시 안 들어갈 수 있으니 연습 스윙을 몇 번 합니다. 엄청나게 떨립니다.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제가 가져올 게임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막 흥분됩니다.


퍼팅을 합니다.


공은 거짓말처럼 홀을 한 바퀴 둘러 제 공을 뱉어버립니다. 50cm 숏퍼팅을 실패한 겁니다. 50cm 숏 퍼팅을요.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해합니다. 동반자들은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자신들의 게임머니를 지켰으니까요.


그만큼 퍼팅은 어렵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빈스윙을 하고 퍼팅을 하는 순간까지는 내가 하는 거고, 공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하늘이 정한다고요. 그래서, 내 역할은 퍼팅을 잘하는 것 까지라고요. 결과는 하늘이 정하니 아쉬워할 것도 그렇다고 내가 잘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요.


톰 모리스라는 골프선수가 얘기했습니다.


숏퍼트라는 것은 롱퍼트와 마찬가지로 아주 쉽게 실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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