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잘못은 나로부터
라운딩을 돌며 있었던 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좋은 날 동반자들과 라운딩을 하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한 동반자가 캐디에게 화를 내기 시작하더군요. 캐디가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듯 보였지만 계속해서 큰 소리를 화를 냈습니다. 캐디가 무슨 잘 못을 했길래 저정도까지 화를 내나 궁금했습니다.
홀 아웃을 하고 카트를 타고 동반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니, 아까 캐디랑은 무슨 일 있었어요?'
'거리를 잘 못 알려줘서 화냈어. 내가 보기엔 분명 80m였는데 70m로 알려주더라고. 그래서, 거리측정기로 측정해봤더니 80m라서 엄청 혼쭐을 내줬지'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동반자이자 선배이기 때문에 속으로 삼키긴 했지만 캐디분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캐디 탓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캐디는 그저 내 플레이를 서포트해주는 조력자이지 내 점수에 직접적인 영향일 끼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내 점수를 결정하는 건 바로 나 자신입니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볼수도 있고 거리목을 통해 추측할 수 있습니다. 캐디중에서도 골프를 직접 치지 않는 사람도 많기때문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캐디가 거리를 잘 못 알려줘서,
캐디가 라이를 잘 못 봐줘서,
캐디가 채를 잘 못 가져다 줘서,
다 핑계일뿐입니다. 캐디가 아무리 조력을 잘 못해도 내가 잘 치면 그만입니다.
예전에 PAR3에서 플레이중 있었던 일인데요. 거리가 150m정도 됐고, 앞바람이 굉장히 심하게 불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캐디에게 유틸리티를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170m정도 보고 치려고 했기 때문이죠. 캐디가 채를 가져다 줬는데 세상에나 드라이버를 가져다준겁니다. 동반자들 모두 빵 터졌습니다. 아니 유틸리티를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 드라이버라니요?
그래서 웃으며 얘기했죠.
'여기서 드라이버를 치라고요?'
그랬더니, 캐디분도 웃으며 사과를 했고 어제 저녁 술을 많이 먹어 정신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사실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고 이런 해프닝을 만들어준 캐디가 고마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스윙을 했고 제 공은 깃대 근처에 붙었습니다. 물론 3퍼팅을 해서 보기로 그 홀을 마무리 했지만 이 해프닝은 제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골프에서는 캐디탓은 없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