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by Erin Chon

성모 마리아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미술품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아닐까 싶다. 아들의 죽음을 겪는 마리아의 나이는 어림잡아 50살 언저리일 텐데 미켈란젤로의 마리아는 예수를 막 잉태했던 십 대의 앳된 모습이다. 대제사장의 귀한 늦둥이를 임신한 엘리사벳을 찾아가, '(하나님은)...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사람을 높이셨습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셨습니다.'(막 1:52~53)라며 사회 전복적인 내용을 노래하던 당찬 10대 미혼모 마리아의 모습 그대로이다. 서른이 넘은 건장한 청년 예수를 안은 그녀의 품도 비현실적으로 넉넉하다. 그녀는 마치 예수에게 '수고했다, 아들아'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여기, 조금 다른 마리아 조각상이 있다. 키키 스미스(b.1954, American Artist)의 'Virgin Mary'는 어쩌면 인간으로서의 마리아를 가장 잘 이해하며 만든 작품일지 모르겠다. '살갗이 벗겨진 채' 양팔을 가볍게 앞으로 내밀고 가만히 서있는 그녀를 차마 오래 바라볼 용기 조차 내기 어렵다. 어린 나이에 혼외임신으로 온갖 멸시를 받았을 그녀는, 자신이 잉태한 아이가 장차 세상을 구할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무거운 형벌과 같은 고난을 감내해야 했다. 믿었고 순종했지만 '나-마리아-여성'은 포기했다. 그리고 어린 예수를 키웠고, 자기 길을 가야 했던 아들을 떠나보냈다. 그렇게 살갗이 벗겨진 마리아가 우리 앞에 있다. 우린 그녀를 안을 수도 없다. 바람의 스침도 고통이었을 그녀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침묵하고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예수에게, 놀랄 만큼 평온한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난 괜찮아...'




virginmarykikismith.jpg Kiki Smith, 'Virgin Mary,' 1992, Wax, Cheesecloth,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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