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기
어른들은 제가 영재인 줄 아셨대요, 5살짜리가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고 있어서요.
사실 전 그냥 글을 쳐다보면서 노는 중이었어요. 자음 모음이 여기 붙었다 저기 붙으면서 발음이 이랬다 저래지는 게 LEGO 같았거든요.
나중엔 어떤 조합, 호흡, 어휘, 뉘앙스 이런 데서 오는 재미가 컸어요. 책이 좋다기 보단 글이 좋았던 거죠.
글의 기능성이 좋았고, 힘을 빼고 덜어낼수록 오히려 끌어당겨지는 모순성이 좋았고, 어절로 조절되는 어떤 예술성도 좋았어요. 문과 영역의 것들이 이과적으로 설명될 땐 진짜 짜릿했고요.
글의 속성을 설명한다는 건 참 흙속을 더듬는 거랑 비슷해요. 그래서 듣는 사람이 뇌에 힘을 주고 비슷한 그림을 기꺼이 따라 그려줘야 교류가 완성되죠.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얘도 쟤도 다 같이 네이티브인 한국에서, 똑같이 한글로 된 글을 가지고 회사사람, 고객사, 사용자까지 한 개도 안 똑같게 설득을 하고서 월급을 받는 저는 UX 라이터입니다.
UX 라이팅이 뭐라는 정의는 여러 번 고쳐 쓴 것 같아요. 버튼 속에 몇 자 끄적여놓고 몇 명이나 클릭했나 만보기나 세는 제가, '그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명쾌하게 매듭을 못 짓겠더라고요.
아무튼 글을 속성으로 파고들면 참 재밌어요. 뭐가 재밌다는 건지 이과적으로 한 번 이야기해 볼게요.
아 그래서 저는 영재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지만, 사람을 이야기할 겁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는 틀릴 수도 있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