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터너, 눈보라 속 증기선-뒤돌아 보지 못한 마음

지워진 지평선 위에서

by 루안

그림 앞에서, 그때의 마음


터너는 폭풍을 재현하기보다, 그 한가운데의 숨을 남기고자 했다.

시야를 삼키는 눈보라, 지워진 지평선, 한 점으로 빨려드는 소용돌이—

뒤를 확인할 길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는 붓을 들었다.

그가 붙잡으려 한 것은 용맹의 선언이 아니라,

돌아설 수 없음을 아는 몸의 호흡, 두려움에 젖은 경외였다.



그가 붓을 들던 마음


항구의 입구, 얕은 물과 겹치는 파도, 작은 선박의 흔들림.

배는 전진하는가, 휩쓸리는가. 어느 쪽도 완전히 아니다.

소용돌이 붓질은 화면 전체를 전진·회전의 감각으로 묶어

‘뒤돌아봄’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는 아마도 이렇게 느꼈을 것이다.

지금은 결과를 묻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방향만 남겨두는 시간이라고.



해석의 문턱에서


사람들은 이 그림을 숭고, 혹은 기술(증기)과 자연의 대결로 읽는다. 둘 다 맞다.

그러나 나는 그 겹치는 자리에서

뒤돌아 보지 못한 마음(후퇴의 길이 지워진 채 오직 현재의 바람과 물결에 맞서 숨을 고르는 마음)을 본다.

그 마음이 화면의 회전을 돌리고, 빛을 한가운데에 모은다.



경외 앞에서


터너여, 당신은 공포를 지우지 않았다.

두려움 위에 경외를 올려,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시야를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지워진 지평선 앞에서도

앞으로 숨 쉬는 법을 배운다.



〈뒤돌아 보지 못한 마음에게〉


지평선이 지워진 밤,

나는 오직 앞만 바라본다.


물과 바람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려움이 내 숨을 덮어도,


오늘의 방향을

끝내 놓치지 않는다.


— 윌리엄 터너를 기억하며




함께한 작품 : 윌리엄 터너, 〈Snow Storm—Steam-Boat off a Harbour’s Mouth〉, 1842

소장처 :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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