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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람 Aug 16. 2024

여름

코스모스는 시간을 잃고

장미는 시간을 잊어

잠자리가 판을 치고

꿀벌은 보이지 않는

고역의 계절


파랑과 초록의 사막 가운데 피어난

흰 무덤에서 떨어지는 눈물에

겨우 목 축이는 많은 것들에겐

원망의 계절


매미는 밤낮없이 울다 죽고

노동자는 힘없이 땀흘리다 죽고

실외기는 쉼없이 돌아가다 숨죽이는

죽음의 계절


언젠가 사라질 미지의 다수를 위해

하지만 손길을 떨치지 못할 숨들을 위해

살아있는 것들이 죽어가야 할 텐데

그 죽음의 몫은 제대로 지워지는가

의문이 드는 폭염 아래


카페로, 도서관으로, 은행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자신을 향한지 오래


그 발걸음에 몫을 나누기 전에

돌아봐야 할 입들이, 손들이 많지 않은가

묻고는 하는데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고역이거나 원망이거나 죽음인

초록의 목소리가 아우성치고

붉어진 습관들이 굳어져버린

가장 긴,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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