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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람 Jul 02. 2024

미움을 견딜 수 없을 때




온 세상의 빛을 끌어안은 태양

거품과 굉음을 품고 솟구치는 폭포

뿌리가 된 잎과 잎이 된 뿌리


지나쳐 온 곳이 궁금해진 아이처럼

모든 것들이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앞에서 뒤로


그러다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까지 다가와


기어코 원점의 한가운데 발 디뎌

아직도 꺼지지 못한 불씨를 밟아

발바닥을 지져버릴

그 순간.


불씨는 또다른 원점을 남기고

발바닥은 원점을 흘리고 다닌다

원점이 생겨버린 뒤의

원점을 향한 여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


그 존재가 유의미해질 수 있던 순간은

장마의 시작을 훔치는 일.


새파란 하늘 위에

흰 구름을 덧대면

먹빛의 도화지가 되어

불씨를 꺼뜨릴지도 모를 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발자국을

이리저리 뒤섞고 반죽한 나머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될 거야.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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