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의 빛을 끌어안은 태양
거품과 굉음을 품고 솟구치는 폭포
뿌리가 된 잎과 잎이 된 뿌리
지나쳐 온 곳이 궁금해진 아이처럼
모든 것들이
아래에서 위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앞에서 뒤로
그러다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의
원점까지 다가와
기어코 원점의 한가운데 발 디뎌
아직도 꺼지지 못한 불씨를 밟아
발바닥을 지져버릴
그 순간.
불씨는 또다른 원점을 남기고
발바닥은 원점을 흘리고 다닌다
원점이 생겨버린 뒤의
원점을 향한 여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
그 존재가 유의미해질 수 있었던 순간은
장마의 시작을 훔치는 일.
새파란 하늘 위에
흰 구름을 덧대면
먹빛의 도화지가 되어
불씨를 꺼뜨릴지도 모를 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발자국을
이리저리 뒤섞고 반죽한 나머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될 거야.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