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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ul 05. 2021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까

여행 에세이 투고 실패기

6월 초부터 30여 군데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사실 '스페인의 사계절'은 올초부터 글을 써 완결된 책이다. 책을 내고 싶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글을 썼고 그것들을 정리해 출판 기획서와 함께 알만한 출판사들에 투고를 했다. 7월이 된 지금 거절의 답장이라도 온 곳은 2곳이다. 형식적인 답장이라도 보내준 두 출판사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다.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지만 그렇다고 실망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투고에 덜컥 계약이라도 되기를

기대한 걸까. 게다가 꿈도 야무지게 누가 들어도 알만한 메이저 출판사에 투고를 해놓고 드라마틱한 스타작가 탄생을 꿈꾼 걸까. 실망감이 드는 내가 스스로도 어이없다.


여행도 좋아하고 책이 많은 곳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 에세이를 접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대개의 책은 너무 가볍거나 소개하는 여행지에 대한 독자들의 호감과 환상에만 기대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독자로서 나는 매우 냉정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낼 종이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나도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로서 나는 냉정했지만 작가로서의 나는 나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일하고 서점에 관련된 일도 잠깐 해봤으니 출판도 한번 알아보고 싶다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또 난 시작했다. 별 생각이 없이 무엇을 시작하는 것은 내가 전문이니 이번에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항상 고만고만한 사람이었다. 너무 잘하지도 너무 못하지도 않았다. 학창 시절에는 반에서 중간 정도 성적으로 특별히 선생님 속을 썩인 일도 없었고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띄게 잘나지도 않았지만 눈에 띄게 뒤쳐지지도 않았다. 취업도 그랬고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나는 나의 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은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나라지만 시중에는 이미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여행기가 넘쳐난다. 그 안에서 내가 가진 장점을 드러내 보이기가 쉽지 않다.


시중에 잘 팔리는 책들을 보면 '글'도 중요하지만 작가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가 큰 영향을 끼친다. 결국 출판사는 책을 팔기 위해 만드는 곳이니 작가의

지명도가 출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내가 별로라고 칭하던 책도 출간된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가의 유명세나 필력, 시대의

흐름 등 결국 출판도 마케팅이다. 나도 안다. 그리고 내 글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만큼은 아니라는 것도.


투고를 하기 전 출판사에서 오래 일한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니 기획서에 내가 얼마나 책을 구매할 수 있는지를 적어보내라고 했었다. 하지만 없어 보일까 그 조언은 따르지 않았다.


아직 30군데 밖에 보내지 않았으니 기획서와 글을 좀 더 보완해서 2차 투고를 준비해야겠다. 내가 가진 강점은 끈기일 것이다. 뭐라도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혹여 2차 투고가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험해본 것이 내게 남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괜히 이상한 의무감도 생긴다. 사서로서 도서관일을 완전하게 알기 위해서는 도서가 출판되는 과정까지 알아야하지 않을까라는. 독자와 사서, 작가 모두를 경험하고 싶은 내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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