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편익의 구조

합리성의 파괴 메커니즘

by ESG작가 오병호

지금까지 우리는 여러 현상을 살펴보았다. 미래를 소비하는 구조, 기반의 붕괴, 보이지 않는 부채, 자유의 역설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하나의 공통된 메커니즘 위에서 작동한다.
그 구조는 단순하다.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구조이다.
개인은 현재의 효용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기업은 단기 수익을 기준으로 투자한다. 정부는 즉각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 발생할 비용은 할인되거나 배제된다. 할인율 5~10%가 적용되면 10년 뒤의 가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20년 뒤의 가치는 거의 의미를 잃는다. 결과적으로 미래는 의사결정에서 사실상 제외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도 미래를 파괴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는 자신의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 문제는 그 선택이 반복되고, 축적되며, 서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이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중심의 합리성이 작동한다. 각 개인과 조직은 현재의 이익을 기준으로 선택을 내린다.
둘째, 미래 비용이 외부화된다.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비용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로 전가된다.
셋째, 그 비용은 누적된다. 탄소, 부채, 인구, 인프라 문제는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쌓인다.
넷째, 임계점에 도달한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변화는 점진적이지 않고 급격하게 나타난다.
다섯째, 선택 가능성이 붕괴된다.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서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구조는 공유지의 비극과 유사하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때, 전체 자원이 고갈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공유지의 비극은 공간에서 발생하지만, 미래편익의 비극은 시간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초원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피드백의 지연이다.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탄소 배출의 영향은 수십 년 뒤에 나타나고, 출산율 감소의 영향은 한 세대 이후에 나타난다. 이 지연은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 구조는 자기 강화적이다. 현재의 이익이 커질수록 같은 선택이 반복된다. 경제 성장, 기술 발전, 소비 확대는 모두 현재의 효용을 증가시키며, 그 결과 미래 비용은 더 빠르게 증가한다.
결국 우리는 하나의 패턴 속에 있다.
합리적인 선택 → 미래 비용 증가 → 더 큰 현재 의존 → 더 큰 미래 비용
이 순환은 스스로를 강화하며 지속된다.
이 구조에서는 개인의 선의나 자발적 절제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구조 자체가 미래를 무시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고려하는 선택은 항상 비용으로 작용하고, 따라서 선택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이다.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 미래의 비용을 현재에 반영하는 구조, 시간 전체를 고려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옳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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