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데~아깔레데페레이로스_21.8km
Melide~A Calle de Ferreiros
산띠아고가 50여킬로 남은 지점이라 이틀에 가도 무방하겠으나 아껴가듯이 20-20-10으로 끊어가는 데는 숙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조금 더 일정이 길거나 조금 더 빨리 걸었으면 피스떼라 묵시아를 연장해서 걷든지, 포르투갈 포르투를 2박3일 정도 여행하면 좋겠으나 아쉬움이 남아야 또 오고 싶어지겠지?하는 마음도 있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어제같은 드라마틱한 일출은 볼 수 없다.
흐린 하늘도 오랜만이라 넘 좋고 덥지 않으니 또 좋고 부슬비가 쫌 내리지만 젖지않을만큼 거세지지 않으니 또 좋다.
사리아 이후에 순례자가 많아지긴 했지만 막상 또 길에 서면 평소대로고 바에서도 줄서지는 않을 정도라 현지인들 휴가가 막바지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생소한 얼굴들이 자주 보이고 그들에게서 오래 걸은 유대감같은 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까미노 종반의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기로 유명하다. 내가 보기에 제주와 비슷한 날씨일 것 같은데 운이 좋게도 갈리시아에서조차 날씨도 좋으니 혜택받은 여행이다.
까미노 단톡방에선 로그로뇨 나헤라같은 초중반코스들에서 오늘 폭우라고 난리들이고 먼저 가셨던 손선생님도 산띠아고 들어가기 전날에 폭우를 제대로 만났다고 했었는데 말이다.
혹시라도 비가 거세어질까봐 쉬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 촉촉하게 젖은 나무들과 들녁이 구름낀 하늘아래서 아름답다.
자주 나타나는 수령이 오랜 숲길이 제주 곶자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곶자왈만큼 숲이 우거지진 않았다.
간만에 제주의 친구에게 연락을 하니 귀국일이 금욜 저녁이라 택시잡기도 복잡할거라면서 공항에 픽업와주겠단다. 까미노의 힘인가 긍정파워가 솟아나는 것 같다.
딱 일주일 후면 제주라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아득하지만 까미노의 충전이 오래가길 바래본다.
마트 2.02 생수 빵
바 5 케익 티
점심 7.9 샌드위치 맥주
숙소 25
합계 39.92 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