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거

3장. 괜찮다고 말할 때, 진짜 괜찮은가?

by 송희애

“괜찮다”는 말이 무해한 거짓말인가?

“괜찮아요.”
습관처럼 나오는 말이다.

무언가 부서졌을 때도,
마음이 흔들릴 때도,
몸이 너무 피곤할 때조차
나는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괜찮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반사적으로 하는 "괜찮아요"는

지금보다 더한 상황을 모면했다는

그런 뜻일 터,

마음이든 신체 내부든

출혈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증거물을 매개로

끔찍한 범죄를 간접체험하는 법과학자들도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한다.

현장에 없었고 외상도 없으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상으로

조용히 출혈이 진행 중일 때가 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천천히 병들게 하는 그런 질병,
우리는 그걸 잠행성 질병이라 부른다.

나는 스스로에게도 그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진짜 괜찮은가?”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마음 어딘가에선 출혈이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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