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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낯선 전투의 기록

by 오늘



동네 의원에서 시작된 무릎 통증은 결국 대형 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했습니다. MRI 촬영 후, 무릎에서 고름을 빼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심각한 염증. 그 길로 외래에서 즉시 입원했고, 다음 날 곧바로 염증 세척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균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열과의 처절한 싸움이었습니다. 열이 오르면 해열제, 다시 오르면 또 해열제. 일주일 내내 거의 비몽사몽, 고통 속에 표류하는 듯했습니다.


병상에 누운 지 벌써 16일. 머리는 지끈거리고 속은 메슥거리는데, 무릎은 섬유화가 진행되기 전에 꺾어야 한다니 아파도 억지로 꺾었습니다. 80도를 굽히는 것조차 힘에 부쳐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우리 몸이란 참으로 야속합니다. 잠시만 작동을 멈추면 이내 굳어버려 삐그덕거리기 시작합니다. 매일 행하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움직임의 연속이었는지,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순식간에 낯선 별개가 되어버립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힘든 나날입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흔히들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이참에 푹 쉬라고.” 하지만, 입원하고 나서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곳은 쉬는 곳이 아니라, 내 몸과 고통이 벌이는 더욱 처절한 전투의 현장이라는 것을. 몸의 아픔은 급기야 정신까지 지배하려 듭니다.


일상생활 속 평범한 균이 몸에 침투하자, 몸은 급속하게 망가져 내렸습니다. 하루 세 번, 독한 항생제를 정맥으로 맞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은 염증 수치를 체크하고, 열이 나면 해열제, 아프면 진통제. 그렇게 하루가 무심하게 흘러갑니다.


화장실 가는 일조차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입맛은 완전히 달아나 몸은 거의 모든 음식을 거부합니다. 그 거부의 대가는 참혹합니다. 전해질 부족으로 또 다른 주사 바늘을 꽂게 만들고, 결국 식욕 촉진제까지 먹게 만듭니다. 이 끝없는, 쓸데없는 싸움의 연속이라니.


전해질이 부족하면 신경학적 증세까지 나타난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해질을 너무 급속히 채우면 뇌 부종이 생길 수 있어, 기계를 이용해 정확한 양을 일정하게 투여해야 합니다. 음식 섭취를 너무 안 한 탓이니, 결국 식욕 촉진제 처방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습니다.


병상에 누워 고통과 싸우고 계신 모든 분들께, 이 전투를 함께 치르고 있는 저의 마음을 담아 외쳐봅니다. 끝까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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