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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일상

고수도 아닌 하수에게 잡혀 놀란 놀람이 옆에서 더 놀란 우럭

by 오늘

그가 낚시를 시작한 것은 바지락을 케면서다.
캐나다에서는 조개를 캐려면 돈을 지불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1년 동안 합법적으로 낚시까지도 즐길 수 있다.
연어 낚시나 호수 낚시는 돈을 더 지불하고 또 다른 라이센스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여유 시간이 많아지니 이리저리 휴가 아닌 휴가 같은 날들을 즐기고 있다.

인생 뭐 있어! 사람과 거리를 둬야 한다면 자연과 가까워지면 되는 거지!


조개를 캐려고 허가를 받았지만 육칠월엔 산란기로 조개에 독이 있다고 해서
게잡이 틀을 사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게를 잡으러 갔고, 게잡이가 지루해질 때쯤 낚시까지 하게 되었다.


락 포인트


험한 등산로 같이 급 경사진 비탈길을 아슬아슬 내려가면

지정석처럼 바위에 자리를 잡은 익숙한 뒷모습들을 보게 된다.

한 순간의 실수로도 바다에 빠질 것 같은 바위 끝자락에 서서

입질을 기다리며 서서 낚싯줄을 던지고 끌어올리는

지루할 것 같은 단순한 작업을 같은 자세로 지칠 줄 모르고 반복한다.

캐나다인은 대부분이 연어 낚시를 즐기기 때문에 종일 미끼를 던져 한 마리도 잡지 못해도 연어 낚시만 고집한다.
연어 낚시는 규정도 까다로워 혹 힘들게 잡아 올렸어도 다시 놔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나처럼 잡아먹는데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진정한 강태공으로 인정해 주고 싶다.


이곳에 몇 번 왔지만 연어를 낚는 사람을 딱 한번 보았다.
50대로 추정되는 건장한 백인 남성이 연어와의 사투가 힘든지 쉽게 잡아 올리지 못하고 힘겨운 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다.
낚싯줄에 걸린 연어는 팔딱거리며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자유를 지키려 했다.
은빛 무늬를 바다에 뿌리는 연어와 인간과의 대결을 보는 것도 꾀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낚시에 관심이 없는 나도 저 맛에 낚시를 하겠구나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팔뚝만한 연어와의 싸움은 그 남자 혼자 힘으로는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 보였다.
이내 옆에 있던 낚시꾼이 다가가 그 남자의 뜰채를 쥐고 연어 잡는 것을 도와주었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는 다른 물고기들보다 힘이 더 세다고들 한다.

그래서 거의 잡아 올렸다가도 놓치는 수가 다반사란다.

연어와의 사투를 보면서 남편의 작은 우럭과의 사투가 오버랩되면서 코 웃음이 나왔다.

신랑 혼자 이곳에 왔을 때

어떤 남성이 커다란 연어를 잡아서 연어와 함께 쎌카를 찍다가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다 잡은 고기 앞에선 주름 잡지 말고 바로 통속으로 퐁당해야 한다는 격언이 되어 버렸다.

힘이 약한 사람은 연어에게 끌려 바다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구명 튜브가 놓여 있는 건가?

이 남자의 연어와의 사투가 끝나고 바로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상어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상어를 잡은 사람의 즐거운 흥분이 그의 몸짓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는 잡은 상어를 뜰채 안에서 바위에 올려둔 채 상어 사진을 찍고(상어와 쎌카는 안찍음) 다시 바다로 놓아 주었다..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덩달아 흥분이 되었으니 잡은 사람은 어땠을까?
캐나다에서는 상어를 잡으면 무조건 놓아주어야 한단다.

잡은 상어가 철갑상어라고 하던데 가격으로 따지면 욕심이 나는 물건일 게다.
낚시터에서 처음으로 볼거리가 많았던 신나는 날이었다.


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일로 사투를 벌이는 그


그는 낚시 초보로 연어는 엄두도 못 내고 우럭이나 놀래미를 잡는다.
그는 물고기를 낚시로 채 올리는것보다도 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것과 사투를 벌여

내가 따라가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
그가 낚으면 나는 물고기를 왼손으로 꽉 잡고 오른손으로 바늘을 뺀다.

작은 물고기가 팔딱거리기만 해도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며 두 사람이 쩔쩔매는데

강태공이라...


그는 즐기고 나는 뒤치닦

진정한 강태공이라 할 수는 없지 ㅠㅠ. 그래서 내가 더 피곤하다

집으로 돌아와 생선을 다듬고 요리를 하는 것까지 모두 나의 몫이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으로 이 모든 수고에 위로받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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