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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Apr 01. 2022

꼰대와 분노조절 장애

마음은 'T'(이성/사고 MBTI) 현실은 'F'(감정 MBTI)

무수히 많은 자기 계발서와 기사들을 보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깨우치는 글들이 많다. 성찰과 사유를 하지 않아서 일까. 아직도 과거에 사는 상사들이 있다.


그놈의 '라테~~!'를 외치는 꼰대 말이다.

까. 패. 라떼 가 생각나는 새벽이다.

새로 온 팀장은 배당을 적절하게 하지 않고 모두 나에게 사건을 넘겨주었다.


네. 네. 하며 웃으며 호의적으로 일하니. 허. 허. 웃으면서 '그럼 이것도!' 하며 넘긴다.

어쩔 땐 좀 까칠하고 어려운 직원이라도 돼야 하나 씁쓸하다.


난 바보가 아니다. 딱 봐도  업무량이 당연 비교되는데 본인은 조금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은 과거에 고생했으므로 이제는 네가 나의 과거처럼 고생하라는 것인가.


한 단계 높은 직급일 뿐인데 직급이 깡패다.

이건 너무 많다고 하자,


"나 때는 이 건수에 2배도 더 했어"


아직도 라떼를 말하는 상사가 있단 말인가. 머리가 지끈거리며 가슴에 울화통이 터진다. 일단 감정적일 수 있으니 내일 얘기하자. 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화가 좀처럼 식지 않다. 분노조절 장애 인가. 분노는 이는 데 화살은 타인이 아닌 나로 향해 속이 타들어 간다.


아래 4 문장의 말이 퇴근 후에도.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자다 깬 지금 새벽 3시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돌고 돌고 있다.

아래와 같이 말하는 나를 계속 시뮬레이션해보면서 말이다. 


1.계장님. 자꾸 나 때는. 얘기하시는데.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나때는 찬물에 설거지하고 똥기저귀 빨래 하고. 토도 못달고 일하고 그랬어' 라는 말이랑 똑같네요.

 기존  관습들이 부당하다고 소리내고 싸운 많은 분들로 이 합리적인 시대가 왔는데. 계장님은  '너 혼자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초과근무 만땅에 주말 반납하고 일하라'라는 뜻인가요'


2. 업무량은 타 기관이나 내 옆자리 동료와 비교할 일입니다. 제가 왜 계장님의 과거와 비교하며 일해야 하나요,


3. 더구나 지금 우리 기관에 결원이 생겨 한 명이 없는 와중에 그 결원에 대한 부담을 저 혼자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4. 과거는 이것보다 더한 업무량을 하셨다고 하니 그럼 지금 제 업무는 수월하시겠네요. 그렇다면 계장님이 제 업무 하시고 제가 계장님 업무에 다른 일까지 더 맡아 하겠습니다.


이 4개의 문단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고 또 맴돌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MBTI에서 완전한 F성향이기 때문일까.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누군가 상처받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못 참는다.


아니면, 애매하게 착해서? 나는 말을 못 할 것 같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렵다. 서먹해지면 일할 때 불편할 것 같고.


완전 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 똑 부러지지도 않은 그런 나에 대한 자책과 미움으로 또 다른 분노가 인다


시뮬레이션에는 웃으며 또박또박 야무지게 말하는 내가 있지만 실제로 나는 말하다 울어버릴 것 같다. 늘 그랬다. 그래서 비합리적인 것과 부당함에 조목조목 따지지 않기로 했다. 참고 눈감고 넘어갔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이 나이에도 참고 살아야 하나. 오히려 더 못 참겠더라.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기'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상사들은 부당함에 거절당한 경험이 없어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라고. 그러니 말해줘야 한다고. '지금 선 넘으셨어요.'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난 이 책을 보면서 느꼈다. 맞는 말이지만 난 말 못 할 것 같은데...


과연 오늘 아침 나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할 수 있을까. 마음먹었던 저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은 먹었지만 웃으며 또박또박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마음은 위풍당당 이효리. 현실은 우유부단 이계장.


그리고 오늘 아침

.

.

.

.

.

.

계장님이 코로나 걸렸단다..7일동안 안나온다


마음속 품은 비수를 갈고 갈아 전투력 상승하고 전쟁터로 나갔는데 적군이 나오지않아 이상한 패전병이되었다.


그리고 떠맡겨진 일은 당연히 그냥 내 몫이되었다.

눈가에 구슬이  맺히네.또르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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