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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영 Apr 14. 2022

브런치 왜 하세요?

[브런치 : 브(지)런(히)치(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인생 드라마가 있다. 바로 '나의 아저씨'다.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이선균분)이 이지안(아이유)에게 하는 모든 말들이 나에 대한 위로처럼 느껴졌던 드라마다. 드라마 중 나온 대사이다. (거의 모든 대사가 명대사)


나의 아저씨


" '나는 어떤 인간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는데... 그래서 다들 아등바등 사는데 뭘 갖은지도 모르고... 어떻게 원하는 걸 갖는다고 해도,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금이 가기 시작하면 못 견디고 무너지고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내 진정한 내력이 다 아닌 것 같고..

무의식 중에 그놈 말에 동의하고 있었나 보지. 그래서 이런저런 스펙이 나열된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 있는 이력서가 훨씬 세 보였나 보지"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드라마' 나의'아저씨'에서 -                                                                                                 


이 드라마는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아저씨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 위치가 극과 극이지만 둘 다 외롭고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고되고 힘든 삶을 사는 젊은 이지안은 진짜 어른. 박동훈을 만나 성숙하고 밝아지기 시작한다. 나도 나의 아저씨(진짜 어른)를 만나고 싶다. 내 나이에 나의 아저씨라면 이미 오늘내일하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나의 아줌마'가 될만한 나이에 '나의 아저씨'를 찾는 나는 아직도 이렇게 철이 없다.


 이지안의 내력이 달리기인 것처럼 나의 내력은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완전한 나의 내면세계와 가치관과 생각을 펼치는 행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를 보여 주는 일이다.  나의 글은 외형과 형태가 없는 진짜 '나'이다.


그래서 브런치는 진짜 내가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나의 내면세계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꺼내 놓는다. 브런치에 글쓰기는 순간순간 진짜 '나'의 조각들을 정리해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 두는 일이다.

그렇게 정리된 나는 꾸준히 쌓여 다져지고 탄탄해질 것이고 굳건하고 강한 내력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인생은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내력과 외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
"나도 몰라"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
                                                                                               



내력을 다져 놓으면 어떤 외력에도 버티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글쓰기에  힘이 생기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근육이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은 카톡 알람보다 브런치 알람이 더 반갑다. 내 글이 다음 포털에 뜨는 것도 신기하고 구독해 주고 댓글 달아주는 것에도 신이 난다. 하지만 글에 대한 피드백에 점점 연연해하는 것과 브런치 알람이 조용할 때 실망하는 모습이 싫기도 한데 아직도 알람을 끄지 못하고 있다.(현재는 브런치 노예)

더 성숙해지는 순간 언젠간 알람에도 초연해지는 날이 오겠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마주하는 내면의 세계에서 누군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알아주는 일은 정말 즐겁다. 그래서 이렇게 또 글을 쓰고 있나 보다.

진짜 나를 마주하는 일 나를 기억하고 정리하는 일. 나를 보여주는 일. 그러므로 나의 내력을 키우는 일. 브런치 글쓰기.

브런치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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