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말을 걸다 /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 당신에게 말 걸기 >
무채색의 겨울이 길어질수록
초록이 그리워집니다.
요며칠 영하권에 머물고 있는 추위로 인해
강물에 살얼음이 낀 것처럼
제 마음에도 찬바람이 불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이런 순간에, 누군가 저에게
'봄이야'
라는 말 한 마디 건네준다면,
계절은 아직 겨울에 머물고 있을지라도,
마음만은 봄물이 들어
푸릇푸릇 푸른 귀 하나가
마음속에서 힘차게 솟아오를 것 같네요.
아니아니,
당신에게 제가 먼저 말을 건네볼게요.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