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생은 없다.
사회 초년생 때 한 직장 선배는 이런 얘기를 하곤 했다.
"내가 취준생 때 여기랑 OO 회사를 붙었었는데 고민하다가 여기로 입사했거든. 근데 잘못 선택한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점점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입사한 지 15년이 지난 선배도 가끔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회사 시스템이 주먹구구식이라, 연봉이 적어서,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아서 등등. 한 번쯤은 ‘다른 회사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두 번 사는 인생은 없다.
너무나 뻔한 얘기지만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모든 선택지가 다 매력적이라 아쉽게도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고, 모든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100% 만족하는 상황은 좀처럼 없기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은 늘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과거의 선택에 미련이 많이 남는 편이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 항상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잠식해있다.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이 뒤섞여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인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시간여행이다.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바꾸고 다른 인생을 살아 볼 수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나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영화 - <나비효과>
영화 <나비효과>의 주인공 에반은 어느 날 우연히 일기를 읽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갔을 때 했던 행동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현재의 인생이 바뀐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에반은 후회되는 일을 바꾸고 완벽한 인생을 살기 위해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나간다.
<주의: 아래 내용은 영화 줄거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바로 잡으려고 할수록 그의 인생은 더 틀어져간다. 첫사랑인 켈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켈리를 찾아가지만 다음 날 켈리는 자살하게 되고 켈리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켈리를 살려냈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어떤 사고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에반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완벽한 인생이 있다고 믿고 계속해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지만 그때마다 에반은 점점 불행해져 간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월요일 오전에 직장 선배 표정이 안 좋았다.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보니까 주말에 대학교 동창을 만나 연봉 얘기를 듣고 허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 친구는 금융권에 입사하면서 연봉 차이가 점점 벌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 선배가 금융권에 입사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예전에 듣기로는 증권회사와 지금 회사 두 곳 다 합격했었는데, 증권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경험했던 그곳의 회사 문화에 회의감을 느껴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고 했다.
"선배가 증권회사 갔다고 행복했을까요? 지금 회사에 입사한 건 15년 전 선배가 충분히 고민 후 내린 결정이에요. 그때 선배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봤을 때 선배 성격은 증권회사와는 맞지 않아요."
처음 영화 <나비효과>를 봤을 때는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인공인 에반이 원하는 대로 과거를 바꾸고 100% 만족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해피엔딩을 바랐다. 후회 속에 살아가는 에반이 모두가 행복하고 후회 없는 완벽한 결말을 만들어내고, 에반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지만 결말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를 본 후 묘한 찜찜함과 허탈감만이 남았다.
어쩌면 감독이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완벽한 인생은 없다'가 아닐까? 초능력으로 여러 번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에반도 완벽한 인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단 한 번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후회가 남는 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너무 과거의 선택에 후회를 하거나 아쉬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후회하거나 아쉬움이 남는 일들도 그 당시에는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수많은 선택들로 만들어진 지금 인생이 우리에게는 최고의 해피엔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