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아하면 목숨 걸고 좋아해서
- 아, 뭐 쌍방향인 거죠. 근데 안 사귀니까
서로에게 상처가 오히려 더 된 거겠죠,
이 세월이 하루이틀이 아니었으니까.
저는 좋아하면 목숨 걸고 좋아해서 힘들어요.
- 목숨 걸고 좋아해야죠~ 그게 맞는 건데
- 내 사람(결혼할 사람) 아니면 인생의 괴로움일 뿐
...
- 개보다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을 거란 걸
제가 이미 눈치를 챈 거예요, 10대에.
- 설마, 그래서 그 후에 누군가가 미친 듯이
좋아해 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무의식 중) 비교?
- 제가 한 때 굉장히 오랫동안 가장 소중히 여겼던 걸
그렇게 망치고 나서, 자, 이제 그건 없지만 더 좋은 걸
줄게~ 그러신대도, 좋다고 받을 사람이 아닌 거겠죠.
그 애보다 절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기 좀
어려워요. 원래 그 애 승부욕이 강한 성향일 것이고
처음이라, 어려서, 그 나이에만 가능한 것 있잖아요.
지금 제 나이가 몇인데 그런 순수한 소년 같은 아이를
만나겠냐고요. 저도 그때의 제가 아니잖아요.
제가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했듯이, 다른 남자도 어떤
여자를 그렇게 좋아했을 거라는 거죠.
좀 구질구질하다고 해야 되나, 한편으로.
- 사람이 누구를 좋아해 주는데 어떤 사람과
비교해서 더 좋아해 주고 덜 좋아해 주는 것
물론 사람의 기준으로 내가 얼마큼의 시간과 노력을
그 사람에 투자했는가 그 시간과 쏟은 에너지로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해 주는 걸 비교할 수 있는 척도가
만약 시간과 에너지라고 한다면 참 슬플 거예요.
- 제가 기억하는 게 시간과 에너지는 아니잖아요.
그때 그 애가 나를 얼마나 좋아해 주었나 하는 걸
기억할 뿐일걸요. 반대이기도 하고요.
저도 진짜 좋아했어요. 차라리 마음 놓고 좋아할걸.
그러면 지금 이런 얘기 안 할 것 같은데.
- 그렇죠 물론.
시간과 에너지라는 게 에너지는 일단 그 청년(아니
청소년) 그 시간 인생의 그때에 뿜어져 나올 수 있는
...
- 지금도 그 맘이??
그냥 지금은 당연히 설레는 게 아니라, 가시?
참 진짜 힘들 것 같아요.
글쎄..
사실 힘든지 어쩐 지는 잘 모르겠다.
눈물이 났지만 좋아서 흘린 눈물도 아니고
그냥 좀 슬픈 것 같았는데 원인도 명확지 않았다.
흘러간 내 세월이 슬픈 건지 지금 현실이 슬픈 건지
그때 그 아이가 슬픈 건지 그때의 내가 슬펐던 건지
알 수 없다. 그저 눈물이 흘렀을 뿐이다. 난 잘 우니까.
Essie on Inle Lake 아침이 되고야 깨달았다.
알고 있으나 잊었던 것을 기억한 것이다.
나는 한 번도
목숨 걸고 좋아한 적이 없었다
내 마음과 내 자존심이 중요해
열심히 도망가느라 바빴을 뿐이었다.
위선적 거짓 '소중한 친구, 우정'이라는 명목 아래,
줄곧 발을 하나 뺀 채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면서
상대가 끝까지 날 좋아해 주고 미워해 주길 바랐다.
속에선 진심으로 목숨보다 소중히 아낀다 믿었대도
나의 행동은 늘 엄격했고 차가운 모순 그 자체였다.
목숨을 걸고 사랑한 위인은 미련이 없다.
나는 목숨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부끄러워
그토록 괴로웠던 것이다.
내 사랑은 너무하다
내가 받았던 사랑과
마저 다 받지 못한 사랑
내가 한 사랑과 주지 못한 사랑
모든 사랑이 너무하다.
참 너무했다.
사랑은 너무하다.
Lake with tears ⓒessie
6년 전 발행취소글에 이런 글이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다. 언제, 누구와 나눈 대화인지 기억에 없다.
도대체 누구와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그보다 누가
이러한 말을 해 주었던 것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건
어쩌면 그만큼 잊고 지낸 일이 많아졌다는 뜻인가.
세월이 세월이니 만큼 생각지 않은 날이 더 많은데
원치 않게 들리는 소식에 가끔 스치듯 지날 뿐이나
오늘 걷다 문득 이런 당연한 생각이 다시 지나갔다.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옛날에 어떤 남자애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아직도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군."
나와 나중에 결혼할 남자가 있다 해도 그에게
처음 애타게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을 것이고,
그 남자도 누군가에게 필시 첫사랑이었을 텐데
누군가의 첫사랑을 깨거나 그 자리에 내가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 혹은, 다른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던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고 싶지 않다,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 말대로, 사랑에 대한 환상이었거나
오히려 그 반대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오래된 글을 다시 올리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화의 상대가 궁금하기도 하고, 저런 대화를 나눈
자신이 한편 나 같기도 하면서 남 같아 재미있달까.
그리고 무려 지금까지도, 혹 어쩌면 앞으로도 평생
목숨 건 사랑을 동경하나 도망쳐온 자신이 우스워,
내 실체를 알려주는 폭로 글 같아 자폭하듯 올린다.
그래봤자, 난 뻔뻔히 잘 지내니까.
이제 그 시절은 존재하지 않는 내 자식 뻘일 테니까.
인생 뭐, 여전히 잘 모르겠어, 그냥 웃기로 했을지도.
역시, 목숨을 건 사랑은 예수 -오직 당신뿐일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