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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가득한 것

Right in one's own eyes

by Essie
원고가 자기 사건을 말할 때는
그의 말이 옳아 보이나
이웃이 오면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다
- Proverbs 18:17

10대일 때부터 연예인들을 한편 가엽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영향을 미친 것은 가까웠던 인물이었다.


특출 나다 보니 여기저기에 이따금 이름과 소문이

오르내리다 뉴스에도 나오자 곧 팬카페가 생겼고

아직 미성년인 친구가 칼도마 위에 올라있는 것을

보게 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나

적어도 나에게 그 친구는 가장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중 절반은 아마, 안티일 걸~"


팬이 늘었다는 누군가의 말에 남의 일인 듯 가볍게

답하던 그 애가 생각났다. 누군가 반짝이면 일제히

방송사 섭외 전화가 빗발친다. 삐끗하면 후려치고.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제발 좀 내버려 둬 달라고.

나는 TV 방송 같은 데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연예인과는 다른 직종이지만 친구를 통하여 나는,

유명해지는 것이 한편 얼마나 해로운지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돈보다 명예를 추구했던 내가 말이다.


본인의 삶을 살 뿐인데 저절로 도마 위에 오르게

경우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정작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기자와 다수가 감나라 배나라 할 때,

친구는 나에게 겨우, 정말 '겨우' 위로받고 있었다.

그 위로조차 너무 미약해, 그 애는 자살을 떠올렸고

오래 뒤 마주친 그 아이는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다.


살인

얼마나 쉽게 사람을 돌로 쳐 죽일 수 있는 시대인가.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유명할수록 지켜주고 싶기도.

•사람의 모든 길이 자기 눈에는 옳게 보여도 주는 마음을 살피신다
•의인의 입은 지혜를 불러오나 못된 혀는 잘릴 것이다.
•의인의 입술은 기쁘게 하는 것을 알지만 악인의 입은 못된 것만 말한다.
•칼로 찌르는 듯 아픔을 주는 말이 있으나 지혜로운 사람의 혀는 병을 고친다.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남지만 거짓말하는 혀는 오래가지 못한다.
•입과 혀를 지키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재앙으로부터 지킨다.
- Proverbs


하고자 하는 말을, 입술보다 글로 쉽게 적는 시대.


더 큰 문제는, 당사자와 만나 얼굴 맞대고 그대로

말할 용기, 자신 또는 확신까지는 없던 사람들도

온라인에서 'Warrior-용사'로 둔갑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이었다면 생각만 했을 수위의 언어들을

온라인상엔 뇌에서 글자로 필터 없이 옮기는 힘.


그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익명의 가면 속에,

각자가 가정 및 사회에서 못다 한 말, 이루지 못한

정의구현의 보상일까, 혹은 무의식에 내재돼 있던

본인의 불의와 모순을 대변하거나 바로잡고 싶은

욕구일까, 나는 다른 사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일까, 아니면 그것을 확인받으려는 심리일까.


무엇이 시대를, 아니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날 사람을 살리는 글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의견을 표현하는 자유와 기만의 경계는 어디일까.


정의

정의로움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며

우리가 확신하는 그 정의의 기준은 나에게도

한점 부끄럼 없이 철저히 적용되어 왔는가.

그렇다 한들, 그 정의가 과연 완벽한 정의인가.


누가 이것에 대하여 흠 없는 정답을 줄 수 있나.

나에게는 오직 신 밖에 그 답을 줄 존재가 없다.


한계

앞에 있는 물체도, 제한된 각도에서 밖에 볼 수

없는 시야를 가진 인간이,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사람에 대하여 접하는 정보가

과연 얼마나 온전하고 정확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입을 다무는 편을 택하게 될 때가 적지 않을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끊임없이 판단하고 정의를 내리며 결정한다.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시대마다 법이 다르며

그 기준은 오늘까지도 끊임없이 변해 가는데

누가 온전한 판단의 기준을 내밀 수 있겠는가.


타인의 죄나 오만 등으로 감정이 올라올 때

자주 떠올리는 문구들 중 이런 구절이 있다.


저울

서로 다른 추는 주께 가증한 것이요
거짓된 저울은 좋지 못한 것이니라
- Proverbs 20:23

우리는 저울질을 한다. 저울에 달아보고, 그

무게에 따라 판단한다. 그런데 저울의 기준이

같지 않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에 불과할 거다.

나와 타인에게 동일한 추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혀는 불입니다. 혀는 우리 지체 안에 있는 불의의 세계이며 온몸을 더럽히며 인생의 바퀴를 불사르며 지옥 불에 의해 불살라집니다. 모든 종류의 짐승이나 새나 벌레나 바다 생물은 길들여질 수 있어 사람에게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 혀는 지칠 줄 모르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입니다. 우리는 혀로 주와 아버지를 찬양하기도 하고 또 그것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사람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찬양과 저주가 한 입에서 나오니 내 형제들이여, 그래서는 안 됩니다. 샘이 어떻게 한 구멍에서 단물과 짠물을 낼 수 있습니까? - James


정죄

남을 판단하지 말라. 그러면 너희도 판단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정죄하지 말라. 그러면 너희도 정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어째서 너는 네 형제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형제여, 네 눈에 있는 티를 빼자’라고 하겠느냐? 위선자여,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라. 그런 후에야 네가 정확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고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나무마다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딸 수 없고 찔레나무에서 포도를 딸 수 없는 법이다. 선한 사람은 마음속에 선한 것을 두었다가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사람은 마음속에 악한 것을 두었다가 악한 것을 내놓는다. - Luke 6


마지막으로,

어릴 때부터 마음에 깊이 담아왔던 구절을 나눈다.

누군가에게 보다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적는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능력에 달려 있으니 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열매를 먹을 것이다.
Proverbs 18:21




"사람은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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