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
해가 떴으나 구름에 가리워져 있다. 그래도 찬란한
빛내림이 아름다운 새 해 첫 날의 해맞이다. 좋다.
이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완전한 자유인으로
첫 걸음을 걷는다. 오늘처럼 찬란하기 보다는 다소
은근하게 빛을 발하는 자유로운 감각을 누려보리라.
수십년동안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했다. 그 어느 날도
빼 먹지 않고 성실하게 사무실로 향했던 세월의 무게가
묵직하다. 이제 새 해의 첫 출근을 사무실이 아닌 서해,
만리포 등대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태안을 향해 2시간
넘게 달려 만난 붉은 등대 앞에서 '안녕', 인사를 한다.
채석포 등대의 순백을 만나는 순간, 이제 정말 호기롭게
세상을 향한 고백을 던진다. '잘 할 수 있을거야, 퇴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니까 오히려 힘차게 걸음을 옮길께.'
등대는 여명의 품을 내어주면서, 나의 고백을 받아준다.
바다를 배경으로 돌아 나오는 걸음이 좀 더 씩씩해졌다.
작년까지 한국코치협회의 프로페셔널 자격인 KPC
인증자로 코칭활동을 해 왔다. 올해는 글로벌 자격인
국제코칭연맹의 프로페셔널 코치 자격인 PCC인증에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오리엔테이션
수업에 참여했다. 같은 방향을 가진 이들과의 접속이다.
오랜만에 감정수업을 한다. 첫 날 개강일의 설렘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쭉 이어졌다. 몸은 한껏
피곤했지만, 마음은 한결 몽글몽글하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멤버들과
하루종일 연습하고 훈련해도 부족함을 느낀다.
오늘은 퇴직 후 Dday+10일차를 맞이한 날이자,
감수성 훈련 2일차. 전철 타고 가는 길에 행운처럼
만난 일출이 그 어느때보다도 반갑다. 한강을 달려
강의장 도착하기 전 별다방에서 커피 한잔 청한다.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p.s. 요즘 모든 날이 특별하다. 하루 하루가 이렇게
선물처럼 느껴진 적이 또 있었을까?퇴직 후 일상을
어떻게 채워 나가야 할지 걱정되는 마음 여전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하다. 설레는 내가 그저 좋다.
무엇부터 해야할까?우선은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알짜배기 감정 수업들을 예약해 놓고, 한 땀 한 땀씩
바느질 하듯 공부를 한다. 이 시간들을 생각해 보니
모두 축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맙다.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내가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안부를 전한다. 굿럭♡♡♡
Dday+10일차에, es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