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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스블루 Nov 03. 2020

독자층을 넓히는 편집

에디터 모스의 책 공부, 첫 번째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까? 대중성에 집중한 책이거나 누구나 이해할 만한 쉬운 책이어야 할까? 낯설지만 공감을 얻고 길지만 편하게 읽히는 책은 어떨까? 바로 그런 책을 만났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2019년 2월에 발행한 책으로 카피라이터 출신의 작가 김하나와 패션 매거진 에디터 황선우가 함께 쓴 에세이집이다. 가로 140mm, 세로 195mm로 A5 판형인 국판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제작됐다. 280쪽에 달하는 분량을 가득 메운 내용과 복숭아색의 덧싸개를 보면 14,8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 수긍하게 된다. 

  신선한 표지 디자인보다 먼저 이목을 끄는 것은 제목과 부제목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은 두 여성이 하나의 티셔츠를 같이 입고 뛰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표지 아래에 적힌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이라는 부제에서 독자는 실마리를 얻고 조립식 가족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집중하게 된다. 

  이때 흥미를 느낄 독자를 두 가지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 혼자 살고 있으나 새로운 생활 방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와 독립하지 않았거나 결혼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만 새로운 생활 방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다. 예외의 경우로 특별히 다른 생활 방식에는 관심이 없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에 관심이 있는 독자도 이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이 27%가 넘는 시대에 약 20년간 1인 가구로 살던 두 저자가 함께 살게 되는 과정이 담긴 책인 만큼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핵심 독자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정리해 보았듯이 단순히 저자들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독자만 이 책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저자의 삶의 방식은 그 자체로 독특하고 평균적인 삶의 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생활 방식 혹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것으로 생각한다. 독자들이 책을 선택해 읽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장 필요한 정보나 위로를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책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삶을 밀도 있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을 선택한다.

  흥미를 유발해 책을 선택하게 할 수는 있지만, 만족스럽게 끝까지 읽도록 하는 데에는 책의 내용과 형식이 독자의 기대에 잘 부응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은 적절한 편집을 통해 핵심 독자를 만족시켰으며 보다 넓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먼저, 조립식 가족이라는 새로운 형태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하는 전개 방식을 선택했다. 두 저자가 각각 1인 가구로서 살던 시기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들이 한 가족이 된 계기를 설명했고 한 지붕 아래 살게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동시에 가족으로서 정신적인 유대가 돈독해지는 과정 또한 세밀하게 다뤘다. 

  이때 두 저자의 군더더기 없고 재치 있는 필력이 빛을 발한다. 또한, 소개하는 생활 방식의 독특하고 즐거운 부분만을 부각하기보다는 익숙하고 어려운 부분까지 짚어 가며 전 과정을 소개해 삶 자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기대한 내용 면에서의 만족도를 높였다. 자칫 단순 나열로 이어져 지루해질 수 있었던 부분은 두 저자의 글을 번갈아 배치해 보완했다. 같은 시기의 이야기를 두 저자의 개별적인 관점에서 접하도록 해 그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같은 내용의 중복을 피하되 시간과 감정의 흐름 순으로 글을 나열한 형식이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책을 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어떤 형태의 가족에게든 투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편집이 이 책의 독자층을 넓혔다. 친밀한 두 인물이 함께 살기로 하고 진정한 가족이 되기까지 겪는 사건과 감정의 변화들은 성별, 나이, 혹은 여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책의 긍정적 역할을 편집을 통해 효과적으로 확장한 책이다.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두 여성이 조립식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인 만큼, 새로운 삶의 방식에 관한 정보를 얻고 가족에 관한 생각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어떤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작년 가을, 책을 사자마자 들떠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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