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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니아 Apr 23. 2019

감자탕과 마들렌

- 정성 담긴 음식이 주는 위로   

지난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대접받았다. 비안이 엄마가 손수 끓인 감자탕과 이삭이 엄마가 직접 구운 마들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충족감이란! 혀끝에서 오물오물, 입 안에서 우물우물, 식도를 타고 매끈하게 넘어가 위장을 데워준다. 그리곤 저주파 멜로디를 보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할머니 뼈다귀 감자탕’. 이런 간판을 보고 외국인들이 식겁한다지. 진짜 할머니 뼈를 넣고 끓이는 음식인가(?)해서. 사실은 돼지 등뼈인 것을. 푹 고은 등뼈에서 흐물흐물 떨어지는 살을 골라먹다가 감자 전분이 쫀쫀하게 퍼진 국물에 쌀밥 한 그릇 풍덩 말아서 '캬아, 바로 이 맛이야!'  


비안이 엄마는 식당을 운영하는 친정엄마 손맛을 이어받아 음식 솜씨가 수려하다. 그녀의 시그니처 메뉴는 닭죽과 겉절이. 먹을 때마다 짜릿한 감탄이 연거푸 터진다. 종종 뷔페를 차려 낼 만큼 척척 요리사다. 언젠가 비안이 동생 생일잔치 후 고맙다며 밑반찬 몇 가지를 건넸는데, 어머나! 그렇게 맛있는 우엉조림과 멸치볶음은 처음 먹어봤다. 얇게 저며 달콤 쫍조름한 우엉조림을 먹으며 ‘우엉’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 음식이 가진 치유의 능력을 곱씹었다.


감자탕을 대접하려고 비안이 엄마는 스테인리스 대형 찜통을 장만했다. 열다섯 명 손님 접대를 위해 업소용 도구까지 마련한 것이다. 음식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그녀의 특별한 마음이 읽힌다. 특대 감자탕 한 그릇과 예의 그 겉절이새우 감바스, 궁중떡볶이까지 한 상 차려놓고 깔깔대며 먹으니 이곳이 천국이다.



이삭이 엄마는 집에서 구운 ‘레몬향 가득 마들렌’탱탱 초코칩 스콘’을 빨간 리본으로 가지런히 묶어서 건넸다.


“에고, 베이킹이 무척 힘들다던데... 가느다란 팔로 힘들었겠다."


”기계가 다 돌려줘서 괜찮아요. 가족들하고 같이 드세요. “


환하게 웃는 그녀. 눈웃음이 이효리를 닮았다. 스콘은 손으로 반죽해야 한다던데, 힘들었을 텐데..... 마들렌을 한 입 베어 무니 레몬향이 코를 한 바퀴 싸악 어루만지며 혀로 내려간다. 비싼 버터를 썼다더니 역시 스콘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맛있다. 딸내미랑 반 갈라 먹고 아껴 뒀더니만 남편이 홀라당 두 개를 먹어치웠다. 주말마다 새로운 향의 마들렌을 구워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이삭이 엄마, 이리 이쁘다.


바람 불고 울적한 날에 위로를 건넨 감자탕과 마들렌.

땀 흘려 만든 음식이 받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녀들은 알까?

요리 젬병인 나는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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