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에 대하여
저는 제 주관대로 사색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성'이라고 표현합니다. 개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마음의 성이 있지요.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자신의 의지를 가득 채운 그 공간을 저는 성이라고 부릅니다. 그 성은 내가 어디를 가든 항상 쫓아오지요. 말 그대로 '움직이는 성'입니다. 그 성이 향하는 행로를 세계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저는 오늘 세계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세계관이란 지식백과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객관적으로 대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는 주체의 실천적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세계관은 세계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분별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반성하는 경지를 의미한다.'
매우 익숙한 단어들이 나열됩니다. 실천적이고, 위치를 분별하고, 방향성, 삶의 의미 등등이지요. 그렇습니다. 세계관은 인생관이자 가치관을 뜻합니다. 내가 나아갈 방향이자, 신념과 같은 행로를 뜻하고요. 내가 온전히 만들어낸 성을 어디론가 향하게 하는 지표이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이지요.
제 성은 꽤나 견고합니다. 사방으로 방패막과 티타늄이 도배한 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직설적으로 말하면 방어기제가 심합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렇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는 이 성이 제 외관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의 첫인상을 파악할 때, 흔히 아우라라고 하지요. 그 사람만의 분위기가 있는데요.
저는 꽤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철옹성 같으면서 언제든지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친근하면서도 어느 일정 선을 넘으면 공격할 태세를 갖추는 어려운 사람이라고 많이 듣습니다. 이 글을 보는 친한 지인들은 웃고 있겠지요. 그들에게 보여주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니까요.
저는 제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온전히 제 힘으로 일어서고, 달려 나갈 힘을 비축하기 위해 성을 쌓아 지킵니다. 저만의 공간이지요. 저만의 성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입니다. 제 성에 들어오려면 수십 차례의 검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만큼 방어 수단을 뚫기 어렵다는 의미이지요.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방어기제가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아봤기에 철옹성 같은 울타리를 짓고 방패를 들었지요. 다만, 그 방어 수단들에 철심을 박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멀리서 보았을 때 거대해 보일 뿐, 사실은 저와 제 성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를 지켜보는 사람은 저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 길을 개척해 나가거든요. 남이 따라갔던 인생을 따라가려 하지 않으려 합니다. 보는 사람을 하여금 '왜 굳이 어려운 길로 가는 거야?'라는 궁금증과 답답함을 유발하지요.
저는 단지 제 인생이기에 제가 후회하지 않을 길로 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도요. 그 길이 진정 고통스러운 길인지, 고생 끝에 달콤한 길인지 겪어봐야 아니까요. 그래서 저는 생각만 하고 도전하지 않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각만 하는 삶이 도리어 무기력을 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피합니다. 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사람이라면 제 성에서 내보낼 자신이 있지요.
그렇다면 제 행로를 지켜보는 사람은 어떨까요? 총체적으로 봐왔을 때, '잘 살고 있네.' 혹은 '나름이 이유로 장하게 살고 있구나.'라고 판단할 겁니다. 수많은 고통을 켜켜이 묵히고,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 살아가니까요. 물론 그 고통 속에서 허무함과 공허함이 몰려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 누구의 위로도 들리지 않는 제 안의 심연도 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믿는 신의 위로도 들리지가 않더군요. 제 의지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체득했습니다.
여러분의 성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그 성이 후회하지 않는 길로 향하고 있나요? 아니면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나요? 그것도 아니면 나침반이 고장 나서 잠시 쉬고 있나요? 우리는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방비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젠 자신만의 성을 돌봐야 할 때입니다.
우린 모두 각자의 성에 살고 있습니다. 마치 국가 간의 무역을 하듯이 나의 성에서 타인의 성으로 무역을 하듯이 연경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걸 우리는 작은 단위로 '관계'라고 말하지요.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떤 성을 가지고 있나요? 어떤 행로를 걸어가고 있나요?
어쩌면 저는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제 방어기제를 단 번에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 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30대가 되어 보니 방어수단을 마음 편히 풀 수 있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는 것 같네요. 참 슬픈 현실이죠.
저는 바랍니다. 방어 태세를 해야 하는 성이 아니라, 마치 전쟁의 영웅을 환대하는 것 같은 그런 성을 만나고 싶습니다. 자신의 성이 어떤 성인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어떤 외관을 갖추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세계관을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세계관이 적어도 후회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쩌면 저만의 유니콘이자, 부질없는 바람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저는 오늘도 꿈꿉니다.
자신의 성에 기꺼이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제게 다가오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