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부초밥 만들기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by 여름

오늘 처음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너무 짜글짜글하고 퉁퉁해서 누가 보면 물에 불어난 줄 알겠다. ㅋ_ㅋ

너무 못생기게 돼서 슬펐다. 힝!

근데 그것이, 유부는 밥이 울 엄말 닮았다. 소리지르는 울 엄마의 못생김을 담고 있다. 엄마 미-웟!






하필 밥이 질게 됐다. 밥솥 패킹이 느슨해졌는지 취사를 누르면 하얀 김이 뚜껑 옆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패킹을 새로 구입하든 AS를 맡기든 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귀찮은 마음에, 평소에 밥을 할 때보다 물을 조금 더 붓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김이 새니까 물이 좀더 들어있으면 고슬고슬한 밥이 되리라 생각해서다. 어림짐작이 어설펐는지 뚜겅을 열어보니 느낌이 좋지 않다. 주걱으로 밥을 쓱쓱 휘저으니 밥알이 흐물대며 눌러붙는다.

유부초밥을 해주기로 했다. 울이도 꿍이도 같이 만들고 싶어했다. 되직한 밥알이어야 유부 안에 쏙쏙 잘 들어갈 텐데, 진 밥을 유부 안에 넣기가 쉽지 않다. 손으로 애써 꾹꾹 담아보지만 점점 유부초밥이 못난이가 되어간다. 못생겨서 싫었던 건지, 밥이 질어 맛이 없었던 건지, 평소에는 다섯 개를 넘게 먹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두어 개만 입에 넣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질척한 유부초밥이 엄마의 못생김을 담고 있다니, 처음엔 놀라고, 다음엔 상처받고, 마지막에는 반성했다. 못생겨도 엄마랑 같이 만들어서 좋았다고 적혀 있으면 얼마나 좋아. 흥, 엄마도 잠시 삐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