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6: 일상 중의 한 장면
잠시만 비켜 주시겠어요? 풀을 베어야 해서.
공원 한쪽 벤치에 앉아 있는데 묵직해 보이는 장비를 가진 아저씨가 다가왔다. 풀 냄새가 공기를 채우고, 윙윙 거칠게 돌아가는 기계음에 귀가 소란스럽다. 잘려나간 풀잎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잔디밭에는 이름모를 풀들이 무릎까지 쑥 자라 있었다. 주어진 것이라고는 햇빛과 흙의 양분, 가끔 내리는 비가 전부일 텐데 풀은 묵묵히 제 속도로 계절에 시간을 따르고 있었다.
풀이 자란다. 사람들에게는 베어내야 할 번거로움에 불과하다. 애써 키워온 시간을 누군가 한 순간에 싹둑 잘라 버려도, 풀은 아무 내색이 없다. 이름을 알아주는 이도, 귀하게 여겨주는 이도 없지만 풀은 조용히 다시 제 몫을 해낼 것이다. 가을이 지나면 메마르고 날카로운 바람에 잠시 움츠릴 테고, 따스한 햇볕을 흠뻑 받아낼 봄을 기다리겠지. 그 순간, 풀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상단 이미지: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