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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상담

by 여름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이 많다. 학교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인 데다, 물어도 '응, 아니' 정도의 시큰둥한 대답이 있을 뿐이다. 말하고 싶지 않은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애초에 질문을 그만두었다. 앞동에 사는 아이 친구는 교실에서 일어난 사소한 것들, 이를 테면 친구랑 뭐하고 노는지, 누가 뭘 좋아하는지, 수업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엄마에게 얘기한다고 했다. 그집 엄마에게 우리 아이의 소식을 전해 들을 때면 슬며시 부러움이 일었다.


10월이 되자, 꿍이의 하이클래스에 2학기 상담을 신청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학교 생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니 전화로 할까 하다가 이번에는 선생님과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해서 조심스레 대면 상담에 표시를 하고 상담 시간을 기다렸다.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교문을 들어섰다. 아이 교실 복도에서 오늘 어떤 것을 이야기하면 좋을지 다시 한번 더 떠올렸다.


꿍이는 정말 애교가 많은 아이예요.

담임선생님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집에서는 엄마를 저와 한 몸이라 생각하고 수시로 안기고, 바닥 대신 무릎에 앉는 아이지만 밖에서는 낯을 많이 가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많이 사랑받고 자란 게 느껴진다는 말씀에 감사했다.


선생님의 눈으로 본 꿍이의 모습은 집에서 내가 보던 것과 비슷했다. 잡곡을 싫어하는 꿍이는 집에서 귀리밥을 해주면 너무 맛이 없다고 투정을 했는데, 학교에서도 그랬다. 잡곡밥이 나오면 선생님께 조심조심 다가가 "밥이 너무 맛이 없어서 못 먹겠어요."라고 말하고, 배 고프니까 밥은 꼭 다 먹어야한다는 말씀에 "히잉." 하고 돌아가 밥을 마저 먹는다고 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한결 같은 모습에 웃음이 났다.


3월 상담 때, 꿍이는 새로운 놀이를 하게 되면 자꾸 못하겠다고 말하고,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거절당할까 봐 혼자 앉아 책을 읽는다고 들었다. 선생님도 그 점을 염려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져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낯설고 어려워보이는 것을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관찰 후에 자신감이 생기면 해내고, 학기 초에는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잘 어울려 논다고 한다. 자기만의 기준이 높고 끝까지 해내려고 하고, 성실하고 끈기 있다고 하셨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겁이 나고 무서워서 움츠리게 된다. 안전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주변을 관찰하고 천천히 적응해 나간다. 자기만의 목표가 생기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언니 울이도 비슷했고, 나도 그렇다. 그러니, 아이가 조금 부족해 보이고 서툴러 보여도,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줘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이들과 나에게 필요한 건 시간과 여유다. 아마 내년 3월이 되면 비슷한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을 떠올리며 서두르고 싶은 마음을 다독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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