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12: 기록
월말이 되면 꼭 하는 일이 세 가지 있다. 수고스럽고 귀찮게 느껴지지만 이게 모이고 나면 꽤 재미가 있다. 한 번 거르게 되면 아쉽고 얄미운 마음이 들어 늦더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하고 있는 것은 결산 3종세트, 한 달의 기상 시간과 필사, 독서, 목표와 실천에 대한 결산이다.
먼저, 기상시간과 필사.
아침에 일어나면 게슴츠레 겨우 뜬 눈으로 휴대폰을 먼저 찾는다. 경쾌하고 다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나를 깨워주는 휴대폰의 알람을 끄고는 자연스레 타임스탬프 앱을 켠다. 찰칵. 오늘의 일어난 시간을 기록했다. 필사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하루 한 줄, 때로는 미뤄둔 여러 문장을 한꺼번에 따라 써 본다.
두 번째, 독서.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 한 줄 소감을 남기고, 다음 달에는 어떻게 읽고 싶은지를 기록한다. 계획대로 하기보다 손이 가는 대로 책을 고르는 편이지만 이 기록들 덕분에 아주 조금은 책 편식이 줄어드는 것 같다.
세 번째, 목표와 실천.
브런치에 '월간 여름'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쓰던 것이 벌써 21개가 모였다. 처음에는 한 달을 돌아보고 잘한 것과 아쉬운 점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목표와 실천한 것, 다음 달의 계획, 인상 깊은 순간과 사진을 함께 담아 더 풍성해졌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쌓인 흔적을 보니 뿌듯하고 신이 난다. 조금 성가시고 번거롭더라도 월말 약속을 이어가야 할 이유다.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동안, 나를 돌보고 삶을 더 충실하게 보낼 수 있어서, 그래서 기록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귀찮은 마음이 고개를 들 때에도, 흐뭇하게 웃을 내일을 생각하면서 오늘의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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