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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군 Apr 25. 2019

5분은 길고, 8시간은 짧다

셀프 육성 시뮬레이션 기록 006

지난 글까지는 내가 기록하는 방법과 기록을 활용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언제든 방법은 변할 수 있지만, 매주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글부터는 방법론에 대한 것에서 벗어나, 기록을 이어가며 생각하게 된 것을 간단간단하게 정리하고자 한다.(정말 간단하게!) 어디서 많이 듣고 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기록을 하지 않았다면 피부로 와 닿지 않았을 이야기이다.


기록 노트를 뒤적여보면 여러 생각이 뒤엉켜 있다. 여기에 기록하지 않은 생각까지 더하면 꽤 많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오갔다. 어떤 생각을 가장 먼저 꺼내어볼까 고민을 하다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5분은 길고, 8시간은 짧다'를 먼저 꺼내어 본다.


사실 처음엔 '8시간은 생각보다 짧다'만 있었다. 하지만 기록이 계속되면서 사이사이의 시간이 점점 눈에 띄었다. 5분을 어떻게 쓰는지 자각하게 될수록 5분이 제법 긴 시간이라는 생각이 더해졌다. '8시간은 짧지만, 5분은 퍽 길구나' 정도의 생각.



5분은 길었고,


실제로 5분은 꽤 긴 시간이다. 5분쯤 쉬지 않고 달려보면 알 수 있다. 아니면 숨을 참아보거나.(5분간 숨을 참을 순 없다. 그러니 해보진 말자) 내가 처음 5분이 퍽 길다고 느낀 건 뽀모도로 기법을 막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한창 의욕이 넘쳤고, 눈앞에는 하고 싶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이 펼쳐져 있었다. 25분을 주위도 둘러보지 않고 집중하다 알람 소리를 들었을 땐 오히려 하던 일을 멈추기가 쉽지 않았다. 억지로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2분쯤 흘렀을 때였을까. 눈앞에 펼쳐진 일로 향하는 손을 억지로 내려놓으며, 나는 5분이 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애써 외면하며 휴식이라 이름 붙인 시간을 누리는 건, 퍽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가끔 졸음이 밀려올 땐, 그대로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1~20분이 흐르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보통은 퍽 깊이 들어갔다 나왔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봐도 3분이 채 흐르지 않았다. 5분이면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음 세션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도 시간이 남곤 했다.


에너지가 충분한 날에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최근 자기 계발 서적을 몇 권 읽었는데, 따로 시간을 할애해 읽기엔 마음이 바빴고, 책의 내용은 궁금했기에 5분의 휴식을 이용해 짬짬이 책을 펼쳐봤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꼈다. 5분이 퍽 긴 시간이라는 것을. 여러 페이지가 넘어가도 시곗바늘은 좀처럼 다음 세션의 시작 시간에 닿지 않았다. 페이지가 쌓일수록 5분의 길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8시간은 짧았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근무 시간은 8시간이다. 출퇴근에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직장 생활에 12시간을 넘게 쏟아붓지만, 어쨌든 정해진 근무 시간은 8시간이다. 그래서 나도 8시간에 맞춰 근무 시간을 잡았다. 오전 8시에서부터 오후 5시까지.(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 이렇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을 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8시간은 정말 짧다는 것이었다. 길다 짧다는 상대적인 것이겠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짧다'는 것은 8시간을 들여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어 말하면 하나의 업무를 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든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8시간은 어떤 일을 하기엔 터무니없이 짧았다. 얼마나 짧으냐 하면 그게 어떤 사소한 일이든 '오늘 이걸 끝내야지 따위'를 번번이 실패하게 만들 정도의 시간이었다.


별 내용이 없는 브런치 글을 하나 쓰는데도 두 시간이 꼬박 걸렸다. 쉬는 시간을 제하고 꼬박 두 시간. 한 주의 기록을 스프레드시트에 옮기는 것에는 3시간가량이 걸렸고, 제품 사진을 찍고 자리에 앉아 포토샵을 켜면 마우스 질 몇 번에 다섯 시가 넘은 시계를 마주해야 했다. 조급한 마음에 휴식을 건너뛰고 작업을 이어 보지만 8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도 해야 할 일 목록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굳이 업무가 아니더라도 8시간이 얼마나 짧은 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채워서 자고, 8시간을 업무에 쏟아부으면, 계산상으로 8시간이 남아야 하는데, (실제로 8시간만큼 자지도 못하니 그 이상이 남아야 하는데) 남은 8시간은 식사 두 끼(아침, 저녁), 스트레칭 및 간단한 운동, 설거지, 빨래, 샤워 등에 소소하게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업무같이 덩어리 진 8시간은 순식간에 눈 앞을 스쳐가고, 일과같이 덩어리 지지 못한 8시간은 찰나처럼 사라졌다.


기록을 하고, 시간을 더듬어 볼수록 8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8시간도 잘게 쪼갠 뒤 한 덩이 한 덩이에 그만의 이름을 붙여주면, 그래서 5분 만에 읽어낸 페이지가 쌓이는 것처럼 그 이름들이 켜켜이 쌓이면, 그러면 그 시간이 조금은 제 이름에 걸맞게 묵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내가 하루를 기억하는 방식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크게 반복되었던 8시간은 하나로 묶어서 작은 꼬리표를 달고, 가끔 맞이하는 5분은 펼쳐서 남겨놓는 것. 그렇게 비중을 달리하여 나중에는 경중을 그저 시간만으로는 재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하루, 하나의 장면을 기억하는 방식인가 싶다.


시간을 온전히 느꼈던 5분과

바람처럼 사라진 8시간을 더듬어 보려 시작한 글인데,

오늘은 정리에 실패한 것 같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으니 여기서 끝.


문득 떠오른 참 좋아하는 노래 - 김창완 밴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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