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 vs 여사친 그 역설적인 관계
또 나만 친구였지.. 또 나만..
나는 사실 위화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도 웃으며
재치 있게 넘기곤 했는데,
가령 내 생일이라고 남사친이 내 회사
앞으로 와 밥 사줄게. 뭐 먹고 싶어? 하면
나는... 음 치킨! 치킨, 하면서.
치킨 먹자. 나 치킨 먹고 싶어 하던 나였고,
남사친이 내게 생일이라고 치킨을 사줘도,
비 온다고 우산을 안내 데스크에 맡기고 가도
빼빼로 데이라고 해서 그냥 사봤어,
딱히 줄 사람도 없고 하며 예쁘게 포장된
빼빼로를 내게 건네도.
밥 사줄게 나와, 는 내게 더는 그들만의 리그
혹은 치트키가 아녔다.
나는 진짜 밥 사주는 줄 알고 그냥 그러려니 했고 다른 걸 내가 사면 되지. 하고 넘겼다.
너 또 뭐 먹을래? 하면서,
그러다 자꾸 내게 나오라고 하면
얘가 진짜 친구가 없구나. 하며
불쌍히 여기기까지 했다.
매번 그들의 선약에 다 나가진 않았지만,
난 잘 거절하고 적재적소 부담스럽지 않게
인연의 끈을 잘 유지해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뭐 내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 주는 건
너 좋아하는 거 아냐? 친구들이 그렇게
토론을 늘어놓기 전까진.
생일에 밥은 사줄 수 있지. 네 생일이니까,
근데 너한테 시간부터 메뉴까지 다 맞추고
회사 앞으로 직접 오고 또 너 기다리고,
그것도 진짜 쉬운 일은 아닌 듯.
좋아하는 거라는, 말에 심히 당황한 나는
난 그냥 친군데... 아닌데..라고 말했는데.
친구들은 너 이런 거 진짜 둔한 듯.
너- 무 태평해. 위화감 좀 가져!
이러다가 너 또 고백받을 듯...
라고 말했다.
생일은 백 번 천 번 그렇다 치더라도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 주는 건 은근히
너한테 호감 있는 듯.
비 오는 날 우산까지.. 그건 빼박 아니냐며.
토론의 장이 더 깊게 이어졌다.
너는 걔 어때?라는 말이, 친구들 사이에
내내 이어졌는데.
나는 친구와 연인이라는 관계는
너무나 어슴푸레해,
그냥 걘 친구야. 아니야, 잉..라고 했다가
친구들의 말에 설득 당해,
또 나만 친구야. 이잉.. 왜 맨날 나만 이래..
나 진짜 울 거야 잉.. 하며 말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뭐.. 퍽 다행인 걸까, 그 많던 남사친이
타의에 의해, 그들의 마음에 의해.
다행히도 유유히(?) 사라졌다.
차라리 홀가분하다.
내게 이젠, 관계에 대한 부담감.
위화감 따위가 생겼다.
이젠 감이 없으면 위화감은 지녀,
주머니 속에 쏙 넣어. 현!
이젠 또 빼빼로 데이라고 빼빼로 사봤어!
라거나, 생일인데 뭐 해? 나와.
우울하게 혼자 보내지 말고 너 생일이니까
내가 밥 산다.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도
나 진짜 남자친구랑 헤어질 거야 흐헹...
내 흑역사를 다 꿰뚫는 내겐 그냥 그냥,
남사친이라고 해도.
그건 나만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이젠 위화감 많이 가져야지!
어쩌면 모든 관계는
내 마음 같지 않은 걸,
나만 친구고 너희는.
그럼 나를 대체 뭘로 봤던 걸까?
싶지만,
지금 와서 그게 궁금해서 뭐-해.
관계는 이미 상처로 물들었는데.
너만 친구 같단 그 시절,
친구들 말 좀 잘 들어 먹을 걸.
그랬다면 그 어슴푸레한 기억에,
우리가 서로 덜 상처받을 수 있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우리가 지금도
우리로 잘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