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식사를 찾아서
누구에게는 따듯한 식사, 누구에게는 정갈한 한 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소울푸드.
함덕 한쪽 골목 소담한 위치에 자리잡은 모닥식탁을 찾았다. 함덕 갈때마다 꼭 들러야지 했던 곳인데 갈때마다 일요일이거나, 문을 닫았거나, 식사 시간을 놓쳤었다. 이번에야말로 두근거리며 방문.
삼십분 넘게 기다려 들어간 모닥식탁은 그야말로 정갈했다. 소문을 듣고 온 여행객들과 동네 주민들이 북적대긴 했지만, 일하는 스텝들은 그저 조용히 그릇을 닦고 음식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벽면에 걸린 소품들과 가게의 분위기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지고 덤덤했다.
물론 그래서 더더욱 배가 고팠는지도 모른다. 뭐랄까. 밖에서 놀다 슬리퍼 대충 벗어놓고 뛰어들어간 집에서 엄마 빨리 밥 줘요. 하고싶은 기분?!
테이프가 떨어져 에어콘 바람에 팔락거리는 포스터도 묘하게 정감있다. 꽃, 할망.
꽤나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는 내내 풍겨오는 카레내음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도대체 왜 카레향은 이다지도 배고픔을 극대화 시키는 걸까.
이윽고 나온 딱새우커리는 붉은 늪에서 겨우겨우 땅으로 올라서보려는 딱새우의 처절한 마지막 걸음같은 느낌이고 뭐고 일단 먹어보자.
김치를 담는 그릇과 무피클을 담는 그 순간마저도 참한 며느리의 몸가짐처럼 다소곳했던 모닥식탁의 스텝들. 주방옆에 써 있는 것처럼 육지의 가족들이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해서 보내준다는 건강한 식재료라고 한다. 그래서 MSG 느낌이 전혀 들지않는 오히려 담담해서 더 맛있는 카레.
이날의 한끼도 참말로 만족스럽다.
또 찾아가서 괜히 한그릇 뚝딱 먹어치우고 싶은 그곳은 함덕 해수욕장 근처 작은 모닥식탁.
모여앉아서 정갈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하지만 든든하고 맛있게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