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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Nov 19. 2015

궁금하지 않을 근황

비오는 수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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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비가 온다. 따듯한 옷을 챙겨입고 있지만 뭔가 축축하고 쌀쌀한 기분이다. 퇴근길에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동네 카페에 들렀다. 따땃한 백열등 조명으로 가득한 카페다. 평소엔 달아서 잘 먹지도 않는 핫초코 한잔을 주문했다. 라떼 한잔 마시러 왔는데 뜬금없이 핫초코라니.. 왜인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비오는 수요일 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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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사님이 친구들과 제주에 여행을 오셨다. 동생네도 같이 왔다. 애월 어딘가에 숙소를 잡았다고 한다. 퇴근하고 들릴래? 라고 하는 메세지에 귀찮다고 거절한 못된 딸. 이게 다 휴가내고 숙소 잡을까 했더니 친구들이랑 자겠다고 쿨하게 거절한 권여사님에 대한 소심한 복수다. 결국 금요일쯤 만나 같이 식사나 하자고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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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 것 보다 다른 것을 하고 싶다. 남들 다 하는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서 괜히 고집을 피운다. 좀 욕은 먹겠더라도 좀 다른게 낫지않은가. 처음 마음 속에 세웠던 그 기본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그 원칙만큼은 지켜나가고 싶다. 설사 이 모든 게 엎어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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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때문인지 부쩍 늙음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새치가 많이 생겼다. 뭐 복합적인 이유때문이겠지. 소복한 새치머리를 거울로 비춰보며 다 뽑아버릴까 고민하다가 그러다간 머리숱이 반으로 줄어들 것 같아서 일단 내버려두기로 했다. 차라리 멋지게 은발이 되었으면 좋겠다하고 철없는 생각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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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해 나이가 들수록 추위를 부쩍 타기 시작했다. 한때는 스키장에서 후드티만 입고 보드를 타도 땀을 뻘뻘 흘리는 스타일이었다. 며칠 전 뜨거운 물을 채워넣고 끌어안고 있으면 따뜻해지는 고무주머니 유탄포를 짐 박스에서 꺼냈다. 뜨거운 물을 부어놓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내복으로 입을 거리를 찾고 있는 내 모습에 괜시리 처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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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글을 잘 들여다보니 그간 어쩔수 없었다는 식의 자기합리화와 앞으로 궁지에서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놓은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내가 결국 피해자야 라는 식의 글을 쓰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지난 밤 감정에만 호소하는 진실되지도 않은 글을 보고 있자니 괜히 울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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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벌써 252일이 지났다. 3월부터 맘 먹고 시작했으니 벌써 개월수로는 9개월째다.  6월쯤 정신놓고 술도 좀 퍼마셨고, 지금 두달째 운동도 안하고 있다. 게다가 10월엔 폭식도 자주 했다. 평생 다이어트라 했던가. 10키로쯤 빠지긴 했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고, 도시락 재료 및 다이어트에 필요한 것들을 사모았다. 그런데 지금 운동도 안하고 카페에서 칼로리 높은 핫초코나 마시고 앉아있다. 원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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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테이블에 자리 잡은 아줌마 셋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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